하느님과 이웃과 내가 하나 될 수 있도록
가톨릭 신자라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기도가 성호경입니다. 기도를 할 때도, 회의를 할 때도, 식사를 할 때도 우리는 제일 먼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을 합니다. 가장 짧고 쉬운 기도이지만 가톨릭의 핵심 교리가 그 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바로 삼위일체 교리입니다. 근데 만만치가 않습니다. 늘 삼위일체 대축일 되면 강론하는 것이 그래서 힘이 듭니다.
교회는 창조주 하느님-구세주 예수님-협조자 성령을 각각 체험했습니다. 시간적으로 하느님을 먼저 체험했고 다음으로 예수님을 체험했으며 그 다음으로 성령을 체험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체험한 성부-성자-성령께서 사랑 안에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세 분의 하느님이 아니라 한 분의 하느님이라는 것이 교회가 고백하는 삼위일체 신앙입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구세주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시면서 모든 것을 맡기셨습니다. 예수님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시며 아들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게 응원을 해 주셨습니다. 구세주 예수님은 세상에서 오직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셨습니다. 마지막 십자가 수난 앞에서도 “아버지,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하셨습니다. 협조자 성령은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가르쳐주고 되새겨주며 우리를 하느님 사랑 안에 살아가도록 보살펴주십니다.
이렇게 성부-성자-성령은 완전히 하나 된 사랑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서로를 위해 전적으로 희생하고 내어주는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런 하느님을 교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모시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교리는 유명한 학자들이 그토록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교리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신비라고도 합니다. 즉 이 교리는 체험을 통해서만, 그것도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삼위일체의 신비를 체험함으로서만 이해가 가능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합니다. 신앙은 체험입니다. 그리고 그 체험은 이웃과 하느님을 사랑함으로써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입니다.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서 하느님과 이웃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 수준에 맞춰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에게 다가 오셨습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내 주위의 이웃들과 하나 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이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가는 열린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다이아몬드 하나에 다이아몬드 하나를 더하면 다이아몬드 둘이지만 물 한 방울에 물 한 방울을 더하면 물 한 방울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단단하기 때문에 하나 될 수 없지만 물은 서로서로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하나 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 됨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보다 먼저 이웃을 생각하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열린 마음과 생각과 행동으로 삼위일체의 신비를 드러내는 공동체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송현동 본당 정철환 타대오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