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주님세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드님이시라는 하늘의 선포입니다.
우리도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예수님처럼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았을 때를 기억해봅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과 성령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과 성령 하느님은 서로를 사랑하셔서 한 분이 되셨습니다. 세 분이 한 분이 되신 이 신비를 두고 우리는 삼위일체신비라고 합니다. 우리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은 우리도 하느님처럼 삼위일체의 신비를 살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쉬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렵다고 합니다. 참 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일을 혼자 하는 것보다 셋이 힘을 하나로 모아 하면 쉽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님께서는 세 분이 하나로 힘을 모아 한 분이 되시어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은 참으로 쉽게 이루어집니다. 기적 같은 일들이 지금도 이루어지는 것들을 보면 그 안에 삼위일체 하느님처럼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이룩해 낸 일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공동체의 신비입니다. 잘 되는 공동체와 모이기만 하면 토닥거리며 갈라서는 공동체를 보면서 삼위일체의 신비를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정공동체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잘 드러냅니다. 루카복음 15장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성부 하느님의 모습을 봅니다. 아버지의 유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옷과 반지와 신발을 신겨 주고 잔치를 베푸는 자비 넘친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봅니다. 가정공동체 안에서 아버지의 큰 덕목을 꼽으라면 바로 이러한 자비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비 가득한 아버지를 체험한 자녀들이라면 한 때 허투루 유혹에 빠져 방황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아버지께로 돌아오고야 말 것입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기가 뿌린 씨를 자기가 거두어들이려는 의리와 뚝심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아비노릇 하는 것이라고 대를 이어 전승되어 내려오는 관습이기 때문입니다.
성령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는 한 가정의 어머니 안에서 봅니다. 세파의 크고 작은 파도를 타고 둥실거리며 살아가는 세상의 어머니들은 바람에 흔들이는 갈대처럼 보이지만,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이사 42,3 마태 12,20) 사랑이 가득한 령입니다. 이런 령을 우리는 거룩한 령이라 부릅니다. 거룩한 령이 바로 성령입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은 성령 하느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세상의 아버지들이 성부 하느님을 닮아 가듯이 세상의 자녀들도 성자 하느님 즉 예수님을 닮아 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20)는 말씀이 가정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주님세례축일에 나의 세례를 기억합시다. 삼위일체 하느님 이름으로 세례 받았으니 그 이름값을 합시다. 가정공동체, 이웃공동체, 나라공동체, 인류공동체를 이루는 비결을 성3위 이름값을 찾아 하느님 안에서 배웁시다. 그리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서 하느님 사랑받는, 하느님 맘에 드는 자녀로 살아갑시다.
의성본당 조종율 베르나르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