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우리
교우여러분. 설명절과 연휴는 잘 보내셨습니까?
오늘은 연중 제5주일입니다. 오늘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13,13)라고 말씀하십니다.
소금은 맛을 내는 동시에 부패를 방지합니다. 소금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제 맛을 내지 못합니다. 소금은 비록 적은 양일지라도 음식에 맛을 제공하는 가장 훌륭한 조미료입니다. 그래서 ‘소금 없는 식사는 식사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동남아 전선으로 끌려가는 군인들에게 어머니나 아내가 소금 주머니를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소금은 저장 수단으로서 음식의 부패를 막는 방부제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희랍인들은 소금을 하늘이 내려준 가장 귀한 식품으로 생각했고 로마인들은 세상에서 해와 소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소금이 대량으로 생산되지도 않고 운송체계가 발달하지도 않아서 오늘날처럼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덥고 후덥지근한 팔레스티나 기후에 건강유지와 음식보존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이를 가리킵니다. 즉 우리에게 소금으로 남아 썩지 않는 사람으로서 살라는 말씀입니다.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의 기준이 혼미해진 세상에서 우리가 부정과 부패를 막고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의 짠맛을 내주어야 합니다. 음식 맛에는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의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인생에는 두 가지 맛이 있습니다. 죽을 맛과 살맛이지요. 신앙인의 짠맛이란 세상에서 죽을 맛이 아니라 살맛나는 세상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소금은 그 자체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제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녹여서 음식에 스며들 때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서 소금의 역할을 다하려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이웃을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하며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복음화의 삶입니다. 세속에 몸담고 살면서도 자신과 세상을 복음화해 나가야 합니다. 제자는 소금의 구실을 다함으로써 사람들을 하느님께 인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보고서 “성당에 다니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면서 하느님을 찾게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신앙인의 짠맛을 내는 소금이 되도록 합시다. 아멘
서문동 본당 조상래 다미아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