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으로 다시 태어납시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오순절이라고도 합니다. 예수님이 부활 하시고 40일 뒤에 승천하시고 그리고 10일 뒤에 성령이 내렸기 때문에 오순절이라고 합니다. 오순절은 희랍아로 ‘펜테코스트라’라고 하는데 이는 50일째 되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이 오순절은 이스라엘 민족들에게는 과월절, 초막절과 함께 3대 명절 중의 하나 입니다.
가장 큰 명절인 과월절(파스카)은 우리로 보면 부활절과 같습니다. 이 과월절을 지내고 꼭 50일째 되는 날에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로부터 율법을 받은 것을 기념하고 또한 그 해 첫 농사인 밀 수확을 통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축제가 바로 오순절입니다.
이 오순절은 신약의 성령 강림과 연결됩니다. 신약의 파스카 축제인 부활이 지나고 꼭 50일째 되는 날에 성령 강림이라는 신약의 오순절은 구약의 오순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채워 주고 완성시켜 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예수님 당신이 파스카를 통하여 구약의 파스카를 참되고 완전하게 성취시켜 준 것과 일치합니다.
성령은 히브리 말로 ‘루아흐’라고 합니다. 이 말의 뜻은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신약에서는 ‘프네움마’로 표현하는데 이는 입김, 숨결, 호흡이라는 뜻입니다. 성령은 공기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성령의 작용을 ‘바람’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성령의 작용이 ‘바람’이라면 우리는 그 바람의 흐름에 순종해야 합니다. 사도행전에 바오로 사도가 성령의 지시에 순종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성령께서 아시아에 말씀을 전하는 것을 막으셨으므로, 그들은 프리기아와 갈라티아 지방을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미시아에 이르러 비티니아로 가려고 하였지만, 예수님의 영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미시아를 지나 트로아스로 내려갔다.”(사도 16,6-8)
성령께서 바오로의 길을 왜 막으셨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지시하셨는지는 모릅니다. 어떻든 바오로는 자기의 계획대로 하겠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성령의 지시대로 갔습니다.
성령은 세상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불’입니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마태 3,11-12)
세속화, 물질주의, 쾌락주의 등은 불에 타버릴 쭉정이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자만하지 말고 그 불길에 타버리지 않도록 스스로 쭉정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게 하는 힘, 즉 ‘하느님의 혀’입니다.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3-4)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하는 말은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느님 말씀입니다. 악령의 유혹에 빠져서 하는 말은 세상을 속이는 거짓말입니다. 세상에 진리와 진실을 전하는 일은 성령의 작용에 협조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는 곧 성령의 일이 됩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억압한 어느 공영방송의 간부가 한 일은 악령의 일입니다.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악령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우리들 또한 성령을 받았다는 사실에만 안주해서는 안 되고 하느님께서 주신 그 혀를 제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성령이 모든 일을 알아서 다 해주시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할 일까지 성령께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모두 다 성령을 받았습니다. 성령의 은사에 차이는 있겠지만 성령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성령을 받았다면 받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 나라 건설에 협력하면서 하느님께서 주신 혀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수 없다.”(요한 3,5)고 하셨습니다. 여러분 모두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천국에 들어 갈 자격을 갖추시기 바랍니다.
청송 본당 김시영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