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감사합시다
찬미 예수님!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마흔 일곱 번째 맞이하는 평신도 주일입니다.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이날은 한국교회가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신원과 사명을 되새기고 그에 맞갖게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의미에서 1968년에 제정한 주일입니다. 감사하고 은혜롭게도 올해 우리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와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녀가신 지난 8월 어느 닷새가 어제였던 듯 싶기도 하고 수년 전 일인 듯 하면서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아득해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죄송하기 까지 합니다. 저만 그런 건가요?
세상이 고요한 자정에 광화문으로 대전으로 꽃동네로 향하는 버스 안은 얼굴마다 설렘과 기쁨이 넘쳤고, 교황님을 지척에서 만났을 때의 뜨거운 함성과 감동은 우리들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구만리 지구촌 한 끝자락 슬픔 가득한 이 땅에 오시어 보여주신 자애로운 미소, 손길, 입맞춤, 청빈, 평화와 희망의 말씀들. 닷새간 이 땅을 밟으신 교황님의 몸짓 하나하나는 신자이거나 아니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섬김과 베풂, 양보와 배려와 존중, 진실과 정의 속에서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희망은 사랑을 먹고 자라나 하느님 나라의 열매가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벌써 까마득하여 교황님께서 보여주셨던 친절하고도 단호한 강력한 메시지인 사랑과 희망, 변화와 쇄신의 말씀들을 분명하게 깨닫지는 못해도 우리의 몸과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은 잔향들은 두고두고 우리의 삶을 인도할 것입니다. 교황님의 방한은 복음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기억을 선물로 들고 오신 교황님의 방한이 하나의 이벤트로만 남지 않도록, 124위 복자 탄생이 하나의 민족적 자부심의 빌미로만 남아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몸에 남은 교황님의 기억이 마음자리에 옮겨져 삶 전체를 이끌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새로 탄생한 순교 복자들의 신앙과 삶이 우리 삶의 지침이 되도록 기억을 새롭게 해야겠습니다.
올해에 이어 다가오는 해에도 선교의 해는 계속됩니다.
교구장님의 사목방침에 맞갖은 삶을 사는 것이 버석거리던 이 땅을 적셔주시고 변화와 쇄신을 바라시는 교황님께 드리는 우리의 감사입니다. 살아보니까 아름다운 기억들은 사는데 거름이 되고 힘이 되더군요. 귀한 분에게 귀한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를 표현함이 마땅한 일 아닙니까? 그분께서 복음이셨듯이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섭시다.
선교! 너무 어렵다 맙시다. 우리의 선교는 우리 삶에 그 힘의 바탕을 둡니다. 바르게 살아가는 삶이 선교입니다. 진심어린 삶,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예수님과의 만남이 주는 기쁨의 삶이 바로 선교입니다. 조금 손해보고, 덜 올라가고 늦으면 어떻습니까. 세상과 다른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표본이었던 초대교회 신자들의 삶을 닮아봅시다.(사도 2,42-27)
나도 잘 못사는데 어떻게 선교를 하냐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언제나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한번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 포기하지 맙시다. 한 번으로 되겠습니까?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 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 기회가 있는 동안 … 좋은 일을 합시다.”(갈라 6,9-10)
평신도 주일을 맞아 우리가 계속해서 새기고 수행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은 선교입니다. 각 본당 선교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선교활동에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합시다. 그리고 교황님의 메시지가 녹아있는 우리의 삶으로 이웃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도록 합시다. 이웃에게 기쁨의 샘이 될 것에 감사합시다.
구만리 달려오신 아름다운 님
124위 복자님들 하늘 문 여시던 날
촉촉해진 몸과 마음 행여 잊을세라
천한 이 몸 복음일까 수줍게 간 곳에
우리 주님 먼저 오셔서 웃으며 맞으시네.
형제자매님들, 가서 두려워하지 말고 선포합시다. 그리하여 선교 못한다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기쁘고 떳떳하게 삽시다.
천주교 안동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이한양 그레고리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