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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연중 제19주일] 하느님과 함께 새로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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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함께 새로운 삶을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은 군에서 저와 함께 하였던 동기생이라고 소개를 하였습니다. 순간 30년이라는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요. 대화중에 가정 먼저 떠오른 기억은 고통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과 인격 모독은 우리 모두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 못된 고참병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저 역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 때 마다 저의 삶을 지탱하게 한 것은 바로 부모 형제와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들이 슬퍼할 상상으로 현실의 고통을 참고 견디어 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기억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경험과 생각이 제 삶의 근본이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황당한 꿈은 군에 입대하는 것이며, 가장 기쁜 꿈은 휴가 가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는 이러한 고통과 기쁨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엘리야는 죽음의 공포에 삶을 포기하기로 작정합니다. 공포와 위험 속에서 천사를 만나고 난 후, 살기 위하여 40일 동안 척박한 사막을 걸어 호렙산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조용하고 부드러움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서 생명의 약속을 받습니다. 다시금 삶의 희망을 이어갑니다.

제가 페루에서 선교사로 살았던 2003~2005년은 너무나 힘들어 정말 도중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페루의 서해 바다를 보면서 쭉 가면 한국인데, ‘내일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한국으로 돌아갈까?’하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첫 휴가 때 까지 기다려 보자, 군 생활도 견디었는데 참아보자, 이런 곳에 가족들과 이민 와서 전쟁을 치르듯 살아가는 동포들의 삶을 보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 하였습니다. 그때 저의 흔들리는 마음에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말씀이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태 14, 32)라는 구절입니다. 아니 이는 하나의 신앙고백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의심을 버리고 다시 태어났어야 했습니다. 인성도 부족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 자신을 인정하고 스스로 멋진 성직자라는 착각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어린이가 되어야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배워야한다는 상황을 직시한 것입니다. 욕심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기를 배웠습니다. 그 배움의 근본은 바로 겸손이었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랭클린 킹이라는 농업학자는 4,000년을 이겨낸 농부들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의 영구적 농법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농토는 매우 협소한데, 4,000년 동안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비밀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답은 영양분을 재활용하는 순환이었습니다. 킹의 영향을 받았고 유기농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버트 하워드 박사는 만약에 당신이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숲을 공부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연을 통하여 삶과 성장, 그리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인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인위적인 가식을 첨가하거나 외적인 현상에 집중한다면 진실의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며 허상에서 진리를 찾게 된다는 것 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게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디서 무슨 이상 현상이 나타났거나 누군가의 병이 치유되었다고 하면 만사를 제켜놓고 달려가는 우리들의 행동을 반성하게 합니다. 주님을 믿고 의지하고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고 맹세를 하였지만 교만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곡해하고 대화를 거르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판단하는 그릇된 신앙인이 되기도 합니다. 고요함과 깊은 하느님과의 대화로 새로운 삶을 활기차게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주일 미사가 끝나면 주변의 원로 신부님을 찾아뵙고 저녁을 함께 해야 하겠습니다. 겸손과 조화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욕심과 갈등을 극복하고 살아오셨는지 삶의 지혜를 배워야겠습니다. 아멘.

 

 

사벌퇴강 본당 박재식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