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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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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1,14)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났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이렇게 주님의 천사가 구세주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한 사람들은, 복음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루카 2,8)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시 가난한 서민 백성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여겨졌고, 성서 전통에서 항상 가난한 사람들이 구원에 초대된 첫 번째 사람들, 주님의 사랑을 받는 첫 번째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들이 제일 먼저 주님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해 듣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 모두가 주님의 사랑받는 사람들 가운데 첫 번째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메시아, 곧 구세주가 너희에게 오리라.’ 아주 오래 전에(기원전 7세기) 하느님께서 미카 예언자를 통하여 이미 약속하셨듯이 오늘 그 약속이 이루어졌다고 마태오 복음은 우리에게 전합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에서 그 약속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베들레헴은 결코 세상의 작은 고을들 중 하나가 아니라,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자(마태 1,23 참조) 하느님께서 친히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신 가장 복된 마을, 가장 복된 장소가 될 것입니다.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들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마태 2,6)

구세주 예수님께서 새롭게 오시는 오늘의 베들레헴은 어디일까요? 성탄은 본디 아주 보잘것없고 초라한 장소에서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했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초라한 곳에서 가장 가난한 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우리의 구세주 아기 예수님이 새롭게 오시는 오늘의 베들레헴이 될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요한복음의 이 말씀은 주님 성탄의 본질적인 의미를 밝히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 이것이 성탄입니다. 주님 성탄의 의미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향해 오십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더 가까이 계시기 위해 우리 곁으로 오십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모든 순간을 더욱 함께 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걸으려 오십니다. 우리의 인생 여정 한가운데로 들어오십니다. 우리에게 오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친히 사람이 되시어 당신 자신을 낮추신 것입니다. 우리들의 모든 삶을 구원으로 떠받들기 위해 우리들의 가장 낮은 삶의 자리로 내려오신 것입니다. 위대하고 강하고 전능하신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작아지시고 약해지시고 모든 것을 내어주십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당신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시고, 당신 자신을 끝까지 내어놓을 수 있는 가장 가난한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오직 하나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성탄의 본질적인 의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은 우리가 받는 선물 중에 가장 위대한 선물입니다. 주님의 성탄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값진 선물입니다. 못난 우리 인간이 하느님께 하찮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는 우리 각자가 가장 소중하고 값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안에서 태어나시기를 원할 만큼 우리를 그리워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분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사랑으로 살게 하십니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힘, 변화시킬 수 있는 힘,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사랑에서 나옵니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 안에서 쇄신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별히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2019년 한 해를 교구가 새롭게 태어나는 쇄신 운동의 절정기로 삼으려 합니다. 교회 전례력에 따른 교구의 쇄신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주님 성탄 대축일이 전 교구민이 함께 교구의 쇄신 여정을 새롭게 출발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각자가 사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들이 주님 성탄의 새로운 베들레헴이 되게 하시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께서 새롭게 태어나시는 성탄의 자리가 되게 하시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교구의 쇄신을 함께 이루어냅시다.

2017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