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볼 때, 세례자 요한이 물로 세례를 준 것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게 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로 세례를 줌으로써 예수님을 이스라엘에 알린 요한은 이제 당신의 말을 통해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 이스라엘 백성들과 우리 모두에게 알려줍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요한 1,34)
이처럼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써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에게 오심을 알려주고 준비시켰습니다. 사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시키기 위한 삶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었지만 요한을 잉태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나중에 마리아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세례자 요한만이 아닙니다. 오늘 제2독서를 보면 바오로 사도는 자기 자신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바오로”(1코린 1,1)라고 소개합니다.
세례자 요한과 바오로 사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위한 도구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구약과 신약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전한 그들의 놀라운 삶을 볼 때, 그들을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봅시다. 세례자 요한은 뱃속에 있는 아기였고,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부르심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 건 그들의 힘과 능력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힘이었습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이루신 놀라운 업적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줍니다.
우리 모두도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이미 하느님께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도구로 삼기 위해 모태에서부터 우리를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려고 하십니다. 당신의 구원이 땅 끝까지 다다르도록, 우리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우십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때,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수님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히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신 분이십니다. 그 분이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사랑의 십자가였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사랑의 십자가를 집시다.
물론 십자가가 무겁게 느껴져서 십자가를 내려놓고 싶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하느님께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에게 십자가를 질 힘을 주실 것입니다. 이 믿음 안에서 십자가를 지며, 이 세상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갑시다.
점촌 본당 보좌 박석일 베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