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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평화의 모후(母后)”이신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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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모후(母后)”이신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평화를 그리워하며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긴장 관계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우리 한반도의 평화는 오히려 위협받고 있는 듯 전운마저 감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에서는 대화를 제의했는데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들의 일상은 서로 용서하거나 화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편을 가르고 대립하면서 갈등문화를 조장하는 듯 정말 평화는 요원하게만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상처입고 신음하는 이 세상이 참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함께 노력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리아를 “평화의 모후(母后)”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바로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이 땅에서 이루신 ‘평화의 임금’ 예수 그리스도를 몸으로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니이시며, 그 평화의 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는 우리들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모든 평화에 ‘장애가 되는 죄’에 물듦이 없이 잉태되신 분이시기에 더욱 평화의 모후가 되십니다.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평화를 이룩하신(에페 2,13) 그 십자가 아래 함께 하셨던 마리아(요한 19,25)는 특별히 당신 아들의 평화를 나누어 받으셨습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자들까지 용서하는 아들의 조건 없는 용서와 화해를 똑같이 온몸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평화의 절정에 동참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마리아께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아들의 부활을 몸으로 누리는 영광을 차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경축하는 성모승천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마리아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구원과 위로의 희망이 되실 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갈망하고 누려야 할 평화의 모델도 되시는 분이십니다.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에서 마리아는 당신 자신이 얻어 누렸던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노래합니다. 마리아와 함께 교회 전체가 그러한 평화를 믿고 바라고 있습니다. 이 노래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곧 교만한 자들과 겸손한 자들, 권세 있는 자들과 보잘것없는 자들, 배고픈 자들과 부요한 자들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원수가 되어 갈라져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가 하나 되어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세상에 드러내야 할 사람들입니다. 원래 하느님의 계획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고 그들을 화해시키고 하나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려는 것’(에페 2,14-15)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남과 북이 서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이 땅에 평화를 이룩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특히 서로 편을 가르거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평화의 하느님을 섬기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베를린 평화구상’을 발표하고 대한민국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과 이를 위한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 북한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촉구,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과 남북 합의 법제화 추진, 한반도의 신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인 교류협력사업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 5가지입니다. 우리가 문 대통령의 ‘베를린 평화구상’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것이 우리 한국천주교회의 남북관계 해법에 대한 입장과 일맥상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지난 6월 1일 ‘한반도 분단, 이제는 평화체제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북한체제에 대한 존중과 대화, 지속적인 남북 교류, 인위적인 통일 배제의 필요성을 확인한 내용을 봐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정치적인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교회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꾸준한 대화를 하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먼저 이 땅의 평화를 위한 일꾼들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평화의 일꾼들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를 위해 우선 무엇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그 일들을 함께 생각해 봅니다. 그러한 일들에는 모든 사람을 조건 없이 포용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일, 온갖 폭력과 테러와 전쟁을 멈추게 하는 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세상을 만드는 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섬기는 일,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 병든 이를 돌보는 일, 슬퍼하는 이를 위로하는 일,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이를 일깨우는 일, 가는 곳마다 기쁨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 그리고 모든 사물과 사람한테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일 등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의 우리 삶을 돌이켜 보면서 나는 어느 분야 어느 영역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 각자가 위에서 말한 것 중 어느 하나라도 실천하고 있다면 우리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마태 5,9)입니다. 이런 삶을 통해서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이 땅에서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7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 혁 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