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약속과 우리의 할 일
계절적으로 참으로 좋은 5월입니다. 특별히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날들도 많은 5월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영광 중에 하늘에 오르신 승천을 기념하며 축제를 지냅니다.
승천은 떠나심이고 이별인데 왜 큰 기쁨의 축제로 지내는 것일까요? 이별이 아닌 이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회는 예수님의 승천을 이별로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할아버지께 묻습니다. “할아버지 저녁노을은 왜 저렇게 아름다운 거야?” 할아버지가 대답합니다. “그것은 태양이 산들에게 오늘 하루 작별 인사를 하기 때문이란다.” 오늘 서산을 넘어가는 저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면 오늘 저녁노을을 보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별이 다시 못 볼 이별이라면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의 승천은 아픔과 슬픔을 주는 이별이 아니요, 기쁨과 희망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시고 구름에 감싸여 시야에서 사라지신 후에 제자들은 크게 기뻐하면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제자들이 그렇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희망을 안겨주는 약속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약속의 말씀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며 성령을 보내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약속과 함께 제자들에게 할 일이 주어졌습니다. ‘용서를 위한 회개를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해야 하는 사명입니다. 이 사명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질 사명입니다. 성령으로 잉태되어 오셨던 분, 성령에 이끌리시어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이기셨던 분, 성령 안에서 일을 시작하시고 마치셨던 분께서 이제 우리에게도 성령을 약속하십니다. 예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도 성령 안에서 새로 나고, 성령의 힘으로 거룩해진 ‘생명의 빵’으로 힘을 얻어 주님의 일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성령 안에서 말씀이 선포되는 곳, 성사가 집전되는 곳, 복음적 가치가 실현되는 곳 그곳에 예수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더 이상 2000년 전 나자렛·갈릴래아·예루살렘이 아니라 하늘 위아래 어디에서나 성령께서 일하시는 곳이면 예수님은 주님으로 살아 계십니다. 이는 곧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나눔과 섬김의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수고하는 사람 안에서 성령으로 살아계심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예수님의 약속과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의 삶 안에서 우리도 부활·승천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저희 으뜸이며 선구자로 앞서가심은 비천한 인간의 신분을 떠나시려 함이 아니라, 당신 지체인 저희도 희망을 안고 뒤따르게 하심이옵니다.”(「주님 승천 감사송」) 만일에 우리 삶의 마지막 날에 부활·승천하리라는 희망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허무일 뿐입니다. 열매를 거둘 희망이 없다면 농부가 씨를 뿌릴까요? 이윤을 남길 희망이 없다면 사업을 시작이나 할까요? 우리의 삶을 밑바닥에서부터 이끄는 힘이 희망이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 희망으로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던 제자들이 주님께서 떠나가신 하늘에 큰절을 올리고 자기들이 묵고 있던 다락방으로 돌아와 모두 한마음으로 성령께서 오시길 기다리며 기도에 전념하였습니다. 깨어 기도하며 다가오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이하게 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오소서, 성령님!’
점촌동 본당 김종섭 갈리스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