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자선주일입니다. 히브리어로 자선을 “체다카(tsedaqah)”라고 합니다. 이는 “진실을 말하다.”라는 동사를 명사로 만든 단어인데 직역하면 정의, 공정함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백성에게 진실과 정의 그리고 자선은 한 가지 같은 실재의 다른 표현입니다.
본디 자선이란 누가 누구에게 ‘베푸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저 ’하느님 나라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베푸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며, 그것을 필요한 이들과 더불어 나누는 자선은 하느님 백성의 의무이며, 이 세상이 원래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창조 본연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선을 할 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하느님께서는 우리 영혼 속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주셨습니다. 그 사람은 강도당한 사람을 보면 불쌍한 마음을 가집니다. 애처로워합니다. 마음 아파합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즉각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돕고자 움직이려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작동하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그 부르심에 응답할 때 그것이 자선입니다. 곧 자선이란 도움이 필요한 이를 불쌍히 여기는 이러한 내면의 목소리에 순순히 따르는 일, 우리 안에서 소리치는 양심의 소리를 못 들은 척 자신을 속이지 않고 그 영혼의 감각에 따라 순순히 움직여지는 그런 상태입니다. 그래서 자선이란 곧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비유 말씀에 등장하는 사제나 레위인처럼 ‘성전에 봉직해야 하니까.’ ‘부정을 타면 안 되니까.’ 등등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저 샘솟는 연민의 정을 애써 부정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 되고 맙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외칩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이사야 35,1) 창세기는 이렇게 묵상합니다. “땅은 꽃을 피우라고 있고, 열매를 내라고 있다. 눈은 보라고 있고, 귀는 들으라고 있고. 다리는 뛰라고 있고, 혀는 환성을 터뜨리라고 있다. 세상 만물은 주님의 영광, 하느님의 영화를 드러내라고 있다.” 땅은 메마르게 창조되지 않았습니다. 땅은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라고 비옥하게 창조되었습니다. 우리 마음도 메마르게 창조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씨 뿌리고 정의를 꽃피우고 평화를 열매 맺으라고 창조되었습니다.
자선주일입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애씁시다.
보스턴 한인 성당 박효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