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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나는 어떤 다스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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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다스림을

 

오늘은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이며 하늘과 땅의 모든 민족과 인종을 한데 모으기 위해 가르치고 통치하며 고난을 받으신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왕이란 말은 오늘날 유행에 뒤떨어진 옛 시대의 말 같지만, 우리는 일상생활 안에서 각자의 왕(주인으로, 우선적으로)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예언자들이 말하는 하느님이 아닌 거짓 우상으로 권력이나 야심, 재산, 쾌락, 성욕 혹은 논쟁의 승리감, 자기 성취욕 등으로 포장되어 나타났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성서는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맘몬 중 하나를 사랑하면 다른 하나는 미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성 아우구스띠노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자아를 망각하지만, 거짓 자아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을 망각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각자의 삶, 일체의 언동 밑바닥에는 결국 하느님의 초대에 라고 답하거나 아니오.”라고 뒤돌아서며 귀를 막은 데서 각자가 받들어 섬기는 임금의 정체가 확연히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빌라도의 심문에 예수께서는 내 왕국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그리스도의 왕국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되 다만 그 존재 방식과 법도를 이 세상의 왕국과 달리하는 왕국입니다. 세상의 왕국과 본질을 달리하는, 그리고 존재방식과 법도를 달리하는 그리스도의 왕국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요한 18,36)나라이며, 경제적 수단이나 공격과 방어의 도구를 상비해 두어야 하는 어떤 정치적 구조나 조직체와 동일시 될 수 없는 나라이며, 진실과 진리가 통용되는 나라입니다. 진실과 진리를 증거하고 목말라하고, 배고파하며,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어 모인 나라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를 으뜸()으로 모시는 우리는 오늘 미사의 감사송에서 밝혀졌듯이 우리의 율법은 사랑의 계명이고, 목적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데 있으며 이 나라의 특징은 정의의 나라, 사랑의 나라, 생명의 나라, 진실이 통용되는 나라, 은총의 나라, 평화의 나라임을 명심합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 때, 한 주간을 뒤로하고 새 주간을 맞이하기 전에, 한 달을, 그리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며 나와 주위 이웃들에게 잘잘못을 되짚어보고 반성하며 새해, 새날의 결심을 다짐합니다.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그리고 모시고 있는 우리 임금께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떠한 태도로 살아왔는지 돌아봅니다. 오늘 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특별히 그리스도를 내 안에서 얼마만큼 왕으로 모시고 흠숭하고 찬미하고 받들어 섬기는데 노력했으며, 또한 지금까지 그리스도 왕국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자 생활했는가를 깊이 돌아보도록 합시다. 그분을 왕으로 모시고자 시민권(세례성사)을 얻었고, 하느님이 통치하는 나라의 방위군으로서(견진) 얼마만큼 외부의 도전에서, 그리고 내 자신이 그 나라의 시민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했는지, 자타가 공인하는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살아왔는지 생각하고 반성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너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며 그 분을 맞으려 길을 재촉합시다.

 

모전동 본당 이준건 콜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