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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사순 제4주일] 하느님은 빛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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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빛이 맞습니다 

  

어느 신부나 하는 고민이겠지만, 나는 하느님이 내 삶에서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하느님으로 먹고사는(?) 사제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내면적인 갈급에 대한 응답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하느님은 성경에 등장하는 특별한 인물들이나 교회의 유명한 성인들이나 체험할 수 있는 분인가? 하느님 체험에도 금수저가 있고 흙수저가 있는 것인가?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이 주어지기 시작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심리치료를 하면서부터입니다.

내가 하는 심리치료는 대화식으로 하는 상담과는 많이 다릅니다.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눈을 감게 하고 그 사람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인도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면 대개 머리가 아파오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하는 신체적으로 특정한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지나고 나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생생한 영상을 보게 됩니다. 영상을 본다는 것은 영화를 보듯이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직접 그 장면 안에 들어가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 있게 되면 대부분 바깥의 현실과 전혀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상상해내는 장면이 아닙니다. 소위 내면세계입니다. 그 안에서 자신에게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들을 직면하고 해소하는 작업들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게 됩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그렇지 사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고통이 따르는 힘든 과정입니다. 이런 내면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치유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심리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의 내면에서 진행되는 것을 관찰해보면 그 사람의 내면에서 치유와 영성적 성장을 주관하고 진행시키는 어떤 주체가 있음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게 됩니다. 내가 하는 역할은 그 사람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치유하는 힘의 과정에 연결시켜 주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그 치유하는 주체는 누구 혹은 무엇일까요? 나는 단연코 하느님이라 확신합니다. 인간의 내면에 거주하시는 하느님, 즉 성령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내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는 이미지들 중에 그리스도교나 불교 등 특정 종교의 이미지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종교적 이미지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거기에는 가히 하느님의 작용하심으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이미지들과 현상이 일어납니다. 여러 현상들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강렬한 광명 현상입니다. 나에게 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 10명 중 6명 정도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아주 강렬한 빛의 현상을 봅니다. “신부님 눈을 뜨면 안 될까요? 빛이 너무 강해요라고 인상을 찡그리고 말할 정도로 강한 빛입니다. 어떤 사람은 빛과 함께 뜨거운 열기도 함께 느껴 겉옷을 벗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체험하는 빛은 눈을 아프게 하는 빛이 아니라 황홀감과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빛입니다. 그야말로 그 사람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면의 빛입니다. 놀라운 현상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빛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개 수개월 간의 심리치료가 진행되면서 마음 안에 응어리져 있던 어두운 마음의 짐 덩어리들이 해소되면서 나타납니다. 나는 그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인지 모릅니다. 마음의 상처와 죄로 인해 그동안 억압되고 갇혀 있었던 성령의 기운이 빛의 형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라 짐작할 뿐입니다.

여러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빛을 신을 표현하는 이미지로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오늘 요한복음에서도 하느님을 빛으로 표현합니다. 예전에는 하느님을 빛으로 묘사하는 성경적 표현이 그저 뜬구름 잡는 관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겠습니다. 하느님은 빛이 맞습니다.

 

 

구담 본당 김기환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