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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주님처럼 먹히는 신앙인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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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처럼 먹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평화를 빕니다.

봄이 되면 처마 밑으로 제비가 날아옵니다. 그전 본당에서도 몇 년 만에 제비가 와서 교육관 입구에 집을 지었습니다. 새끼가 부화하자 부모는 열심히 먹이를 나릅니다. 처음엔 새끼가 안 보였는데 나중에는 커서 먹이를 달라고 부리를 힘껏 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제비집 밑에는 그놈들이 싸놓은 변이 넘쳐나지만 누구도 제비집을 치우자고 하진 않습니다. 새끼들 먹이느라 쉴 새 없는 부모는 과연 제대로 먹기는 할까, 왜 저렇게 열심히 먹일까, 종족보존의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자식에 대한 정이 있는 걸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먹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달 구미에서는 20대의 젊은 아빠와 두 살배기 아기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먹을 게 없어서였다고 합니다. 국민소득 3만 불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는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무상급식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사회 전체가 청소년이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을 권리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도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고, 급식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으니 씁쓸할 따름입니다.

전에는 먹이느냐 먹이지 않느냐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무얼 먹이느냐가 큰 문제입니다. 무얼 먹느냐에 따라 건강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는데, 과거와 달리 우리 주변엔 안전하지 않은 음식이 넘쳐납니다.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유전자 조작식품,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 농약 범벅인 것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중금속 성분인 미세먼지는 우리가 마시는 공기뿐 아니라 우리가 먹을 동식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이 오염되고 우리 건강도 나빠져서 정신과 마음마저 허약해지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좋은 것을 먹이고자 하는 마음, 자식이 나를 닮아가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같을 것입니다. 먹을 게 없다면 자기 살도 줄 수 있는 게 부모입니다. 그 마음은 하느님 사랑의 일부입니다. 하느님 역시 우리가 당신이 마련해주신 음식을 잘 먹고, 당신을 닮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은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만나를 통해 생명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모세와 이스라엘은 만나를 먹고도 죽었습니다. 세상의 음식은 생명을 잠시 연장시켜줄 뿐입니다. 그럼에도 썩어 없어질 양식을 필요 이상으로 가지려 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당신처럼 하늘의 생명을 살 수 있도록 당신 몸을 내어 주십니다. 그런데 성체성사는 미사에 참례해서 성체를 모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미사는 왜 주님이 당신 몸을 내어주시고, 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지 기억하는 자리입니다. 그것은 누구도 가난하거나 소외되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 식탁에서 배 불리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기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처럼 살았던 것을 서로 나누고 격려하며, 또 그렇게 살기로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배가 부른 이들은 옆을 돌아볼 줄 모릅니다. 하느님의 축복도 잊어버립니다. 이스라엘은 배고플 때 하느님을 찾다가 금방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식탁에서 나만 배불리진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성체성사의 의미를 늘 기억하며 모든 이가 이 풍성한 잔치에 참례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우리 자신을 좀 더 내어주어야 하겠습니다.

 

 

금성 카리타스 손성문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