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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연중 제14주일] '금의환향(錦衣還鄕)의 예수님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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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의환향(錦衣還鄕)의 예수님은 없습니다

 

 

금의환향(錦衣還鄕), 출세하여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말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금의환향(錦衣還鄕)의 기회를 가지십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시고, 여러 가지 치유와 기적을 통해서 많은 군중이 예수님께 열광하게 되었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예수님에 관한 소문은 온 유다 지방에 퍼져나갔을 것입니다. 고향 나자렛에도 금세 예수님에 관한 소문이 다다랐을 것입니다.

드디어 예수님은 고향 나자렛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에 열광한 군중들과 달리 고향 나자렛 사람들은 가르침에 놀라기는 하였지만 예수님을 향한 태도는 냉랭하기 그지없습니다. 소문으로 들려온 예수님의 행적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금의환향(錦衣還鄕)이어야 할텐데, 고향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며 예수님을 향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예수님께는 이러한 고향 사람들의 반응이 딱히 놀랍거나 당황스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미 치유와 기적 앞에서, 헤로데 당원들은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했었고, 친척들은 예수님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했으며, 일반 군중뿐만 아니라 제자들조차도 예수님 당신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향사람들의 배척이 마음 아프지만, 이미 예수님께는 충분히 예상된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향 사람들의 불이해와 배척이 예수님께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예수님께 중요한 일은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부여받은 임무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지만, 고향으로 향했고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아버지의 일에 충실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하지만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나자렛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평범했던 아이가, 특별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던, 그리고 목수의 아들이었던 한 청년이 이제는 가난한 이들, 병들고 지친 이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서 예언자로 칭송받을 때, 자신들이 가진 선입견과 생각에 사로잡혀 예수님께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불신으로 말미암아 고향 나자렛 사람들은 아무런 기적의 혜택을 받아 누리지 못하고 맙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기준과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절대로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 활동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한계를 가진 우리의 생각과 기준에 무한하신 하느님을 담으려는 것 자체가 교만입니다.

교만한 마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과 이웃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순수한 마음으로 예수님과 이웃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기적의 혜택을 받아 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지식, 기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길을 잃고 제자리걸음을 할 뿐입니다.

나자렛 사람들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가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을 잘 알아가기 위해서, 일상속에서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구유에서, 십자가에서, 감실 안에서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예수님은 분명히 우리에게 당신을 드러내시며, 당신께서 우리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시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부터 더욱 충실히 십자가와 감실 앞에 머물며 예수님을 알아가고, 예수님께서 베푸실 기적과 은총을 충만히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상주 가르멜 여자수도원 김재형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