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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7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완전군장" 그것은 영광의 십자가

사목국이메일

완전 군장그것은 영광의 십자가  

 

찬미 예수님! 일 년 만에 공소사목지를 통하여 인사드립니다. 그간에 저는 소속 부대가 바뀌어 육군 부사관학교(전 하사관학교)로 옮겨 사목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군 내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기술적으로 복무하게 될 초급간부인 부사관들을 양성하여 배출하는 곳입니다.

지난 76일자로 부임해 부사관 후보생들에게 영적으로 물질적으로 미약하나마 힘이 되어주기 위하여 미사도 봉헌하고, 각 교육대를 방문하여 위문하고, 그들의 정신전력 형성을 위해 인성교육도 실시하고, 후보생들이 신자가 될 수 있도록 수녀님과 함께 예비자 모집과 교리교육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곳 성당은 부대 영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훈련 중에 있는 후보생들을 매일 만나게 됩니다. 부대 안에 예배당, 불교 법당, 원불교당도 함께 있지만 유독 성당이 부대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후보생들이 성당 주변에서 전술 훈련을 실시하거나 행군을 하며 거쳐 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야간에 후보생들이 개인 군장(전술활동 시 필요한 휴대장비)을 메고 속보로 행군할 때 그들을 위로하고 잠시 쉬어가도록 해 줄 때 그들도 기뻐하고, 저도 그 젊은이들이 대견함을 느끼며 보람을 찾을 때가 많답니다. 올 여름 캄캄한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무척이나 힘들었을 때도 이 곳 부사관 후보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완전군장을 챙겨 행군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이 학교에 입소하여 약 4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하사로 임관하여 전후방 각 부대의 초급간부로 배속되어 갑니다. 그 과정 중 행군은 이들에게 필수적으로 숙달되어야 하는 훈련입니다. 영내에서 주로 20Km 거리를 야간에 무거운 군장을 메고 걷도록 훈련시킵니다. 이른바 쾌속행군입니다. 비지땀을 흘리며 걸어가는 그들의 군장과 방탄모, 개인화기는 그들에게 피해갈 수 없는 십자가와 같은 것이죠. 그냥 야외에 서 있기만 해도 옷이 젖고 땀이 나서 짜증스러운데 얼마나 힘이 들고 지쳐 쓰러져 눌러 앉고 싶었겠습니까?

그런 그들에게 행군하는 코스 중간 기점의 성당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입니다. 성당 앞마당에 작은 숲이 조성되어 있고 교육생이나 후보생들이 행군이나 매복 훈련 시 쉬어가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서 잠시 군장을 내려놓고 세수도 하고 목도 축이고 지친 몸을 잠시 뉘였다가 가기도 합니다. 거기서 그들을 만나며 격려해 줄 때 그 안에 계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피해갈 수 없는 무거운 십자가를 메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며 세 번이나 쓰러지시고, 얼마나 힘드셨는가를 묵상해 보곤 합니다.

군인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는 누구나 각자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있습니다. 각자 자기 삶의 무게를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부족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원망도 하고, 소리쳐 보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하느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이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걸어가야 할 그 길을 동행하며 용기를 북돋우고, 힘들 때 위로하며 하사 임관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돌볼 것입니다. 그것 역시 하느님의 은총과 모든 교우들의 기도와 후원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후보생들이 둘러 멘 무거운 군장이 영광의 십자가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충성!

 

 

 

육군 부사관학교 성 요셉 성당 이동명 사도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