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 견진교리를 하면서...
김수진 이레네(목성동성당)
To: Dear 나의 모든 것을 아시는 예수님께.
주님 기쁘세요? 오늘 104명의 아이들이 견진성사를 받고 예수님의 증인이 되었어요. 저는 어떻냐구요? 전 지금 너무 행복해요. 견진성사를 받고 기도드리면서 도저히 말로는 제 감정을 표현한 길이 없어, 주님께 배를 열어 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문득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 배를 열어 제 마음을 보여 드리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웃음도 났구요. 주님께서 가장 잘 아시겠지요, 제가 지금 얼마나 기쁘고 또 기쁜지. 어려서 부터 주님을 믿으며 오랜 시간 동안 믿음 생활을 이어왔지만, 단 한 번도 주님을 이만큼 가까이 만나 뵌 적이 또 있었을까요?
미사 때에는 조용히 하는 것이 당연하고, 전례는 제가 맡은 바이니 당연히 충실해야 하고... 제 믿음 생활에는 그 동안 마음이 빠져 있었어요.
그저 ‘당연하니까’ 라는 이유로 마음 대신 책임감만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지요. 물론 교회 공동체 안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깊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서야 이 못난 딸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나예증(나, 예수님의 증인) 견진 캠프를 통해 조금이나마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필요한 것과 모든 쓸 것을 아시는 주님, 이제 제게 더 이상 무슨 청원 기도가 필요할까요? 주님께서는 이미 주님 방식대로, 주님 원하시는 대로, 제가 청원한 것, 청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있던 것까지 모두 준비하고 계시는 걸요.
그저, 주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원망만 하였던 시간들이 너무나 죄송스럽고,
이런 못난 딸을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기다려 주셨다는 사실에 한없는 감사의 기도만이 흘러나와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주님, 2박 3일 동안 나예증 3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 해왔지만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을, 제가 느끼는 성령의 충만한 은사를 아직 느끼지 못한 친구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주님, 그들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 수 있지요?
지금은 비록 굳건한 신앙을 세우지 못하였더라도, 지금은 비록 방황하고 있더라도, 그들에게 주님께서 제게 말씀하신 것처럼 힘을 불어 넣어 주세요.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 내가 너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였으니 어서 일어나라. 나는 시련을 견디지 못할 자에게 시련을 주지 않았다.'라구요. 그리 해 주시면 훗날 그들도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날 것을 저는 굳게 믿어요. 저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들 또한 주님의 사랑하는 자녀이니까요.
사랑하는 주님, 이렇게 큰 주님의 은총을 받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지만, 언제 또 다시 못된 마음을 먹고 주님을 멀리할 지도 몰라요. 그러니 주님께서 저를 도와주세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주님께서 원하시면 모든 것이 주님 뜻대로 된다는 것을 제가 아오니, 주님을 떠나 먼 곳으로 가지 않도록, 주님을 모시는 거룩한 궁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저를 이끌어주세요.
제게 힘을 주시는 주님. 제게 열두 사도들처럼 거리로 나가 주님의 말씀을 땅 끝까지 전하라고 하면 저는 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주님의 사명을 모두 이루기에는 턱없이 작은 아이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주님께 이것만은 약속드릴게요.
말로 ‘예수 믿으세요!’가 아니라 행동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작은 사도가 될게요. 주님을 모르는 이들이 '아, 저 사람 참 멋있다. 저 사람이 믿는 하느님을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만큼 몸으로 본을 보이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할게요.
참 진리이신 주님, 사람들은 ‘이 세상은 잠시 잠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육신의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을 하곤 해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조금도 쓸모없는 것을 주시는 분이 아니잖아요? 하느님의 나라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서의 생애를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하느님의 나라 또한 갈 수 없다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 주님과 함께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한다면 비록 부질없는 육신의 인생일지라도, 사랑을 전하는 그 곳이 바로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하느님 나라’ 라는 것도 알구요.
주님 저는 비록 작은 몸이지만 이 땅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교회 안에서 하느님나라를 만들어 갈게요. 크고 멋진 나라를 만들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 또한 주님의 뜻이 아니라면, 주님께서 도우시지 않는다면 이룰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저는 언제나 주님의 나라를 위해 노력할거에요.
생명이신 주님, 오늘 주님의 이름으로 견진 성사를 받은 친구들이 나예증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그들과 그들 가정 위에 항상 함께 해주세요. 또한 이 모든 기도를 제 뜻이 아닌 주님 뜻대로, 제 방식이 아닌 주님 방식대로 이루어 주세요.
이 바람 모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옵니다. 아멘.
from: 주님을 사랑하고, 태초부터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이레네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