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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년 전 은혜 갚는 주님 부르심...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20일 순교자이자 성인, 조선대목구장 지낸 베르뇌 주교 출신 교구로 선교사 파견하고 이에 앞서 예식 거행
1839년 7월 15일, 프랑스인 시메온 프랑수아 베르뇌 신부는 해외선교에 뜻을 두고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한다. 르망교구 사제로 사제품을 받은 지 2년 만이었다. 그는 북베트남 통킹과 파리외방전교회 마카오 극동대표부, 만주대목구를 거쳐 1856년 제4대 조선대목구장 주교로 조선에 입국했고, 10년간 사목하다가 1866년 1월 21일 새남터에서 순교한다.
그로부터 146년 만에 성 베르뇌 주교의 순교지인 한국, 그것도 순교성인들의 정신을 따라 살고 있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수사 2명이 베르뇌 주교 출신 교구인 르망교구로 파견됐다. 만성적 사제 부족에 시달리던 르망교구장 이브 르 쏘(Yves Le Saux) 주교가 지난해 3월 방한하자마자 찾아간 새남터 성지에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총원장 황석모 신부와 환담하면서 공식적으로 선교사 파견을 요청, 1년여 만에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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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황석모 총원장신부가 프랑스 르망교구 선교사로 파견되는 오은규 신부와 최진성(오른쪽) 부제에게 공동체를 대표해 십자가를 선물하고 있다. |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20일 서울 성북동 수도원 성당에서 회원 4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오은규(요한 보스코) 신부와 최진성(대건 안드레아) 부제의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순교하기까지 조선땅에서 선교했던 베르뇌 주교를 본받아 두 성직자가 순교 정신으로 선교의 삶을 살기를 기원했다. 아울러 이미 그리스도교 문화와 얼, 생활정신이 배 있는 곳이기에 자신을 내어놓고 버리고 바치는 순교의 삶을 약속하는 면형무아(麵形無我)의 삶을 통해 복음의 불을 다시 살려주기를 당부했다.
25일 출국한 두 수사는 이미 르망 교구에 파견돼 있는 안동교구 이영길 신부가 주임으로 있는 보몽본당에서 2년간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배우고 일정 기간 실습을 거쳐 본당사목을 하게 된다.
2008년 종신서원을 하고, 2009년 사제품을 받은 오은규 신부는 "지나온 수도생활 15년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으로 저를 데려다 놓기 위해 준비시킨 기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떨리면서도 설렌다"며 "베르뇌 주교님이 순교하신 새남터본당에서 보좌로 사목했기에 그분을 낳고 길러준 르망교구로 파견된다는 게 더 감회가 깊다"고 고백했다.
2010년 종신서원을 한 최 부제도 "수도생활 11년차를 맞으면서 타성에 젖어드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르망교구로 파견되면서 꼭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다"며 "두렵지만 저를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더 크기에 설렘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황석모 총원장 신부는 "하느님의 농사를 위해 준비된 자로 파견되는 형제들이 선교지에서 원대하게 그리스도를 선포하기를 기원하고, 형제들도 두 선교사를 늘 기도 중에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선교사 파견 요청이 있으면 형제들과 협의를 거쳐 기쁘게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르망교구와 선교사 파견 계약기간은 6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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