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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음화 위한 일치 쇄신의 열정에 불 지펴
더블린(아일랜드)=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친교를 주제로 성체성사 신비를 되새긴 제50차 더블린 세계성체대회는 10~17일 더블린시 전역에서 축제처럼 진행됐다. 대회 하루 프로그램은 노래와 연주를 곁들인 식전행사, 아침기도, 교리교육(주교 강연), 체험발표(저명 영성가 강연), 미사, 워크숍과 나눔으로 짜여졌다. 또 △11일 세례를 통한 우리의 친교 △12일 혼인과 가정의 친교 △13일 성품 직무와 평신도 직무 △14일 정의와 화해를 통한 친교 회복 △15일 치유를 통한 친교 △16일 마리아, 하느님 말씀을 가장 잘 들으신 분 등 매일 정해진 소주제에 맞춰 교육과 체험발표가 이뤄졌다. teotokos@pbc.co.kr
○…대회가 열린 더블린시는 성체성사 신비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거대한 은총의 도시였다. 더블린 시민들은 대회 참가자들을 친절과 웃음으로 환대했고, 도시 곳곳에 대회 현수막이 설치돼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회가 열리는 내내 폭우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쏟아지는 비조차 기쁘게 맞으며 행사를 즐겼다. 아일랜드 신자들은 "이 비로 아일랜드 교회가 지닌 아픔과 고통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길 바란다"면서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아일랜드 교회가 새롭게 일어설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한국 참가단은 11일 오전 공식 한국어 미사 장소인 성 마르코 성당에서 우리말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대회 일정을 시작했다. 미사를 주례한 한국 참가단 대표 권혁주(안동교구장) 주교는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은 친교의 사람이며 그 원천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임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평화를 나누며 친교의 교회를 이뤄가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아일랜드에서 선교 중인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소속 한국인 수녀 4명과 더블린 한인 신자 6명이 함께했다.
한국 참가단은 또 이날 저녁 성체대회장 로얄더블린소사이어티(RDS)에서 교황청 아일랜드신학원 원장 키아란 오캐롤 신부 특강을 들었다. '한국인을 위한 아일랜드 교회사'를 준비한 오캐롤 신부는 한국에 아일랜드 선교사가 많이 진출한 배경이 궁금하다는 한국 참가자 질문에 "1950년대 아일랜드 선교사들이 한국 땅을 밟았을 때 한국인이 보여준 뜨거운 환대가 아일랜드 선교사들 선교열을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오캐롤 신부는 이어 "이제는 아일랜드 교회가 한국교회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8일간 더블린 전역에서 기도, 교리교육, 체험발표 등 진행
대회 중 내린 폭우에 아일랜드 교회 고통 씻겨나가길 기원
한국참가단 혼인성사 관련 교육, 혼인갱신식 등 의미있게
○…12일 혼인과 가정의 친교의 날에는 아일랜드 골웨이 킬리모어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혼인성사에 관한 교리교육과 혼인갱신식이 마련됐다. 한국 참가단은 이정주(주교회의 홍보국장) 신부에게 혼인성사 강의를 들으며, 부부와 가족의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겼다. 이 신부는 "부부가 서로 돕고 봉사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 것"을 당부했다.
교리교육에 이어 봉헌된 미사 중에는 혼인갱신식이 거행됐다. 한국 참가단 부부 8쌍은 그리스도를 대하듯 배우자를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다짐한 뒤 축복된 혼인반지를 끼워주며 성사의 은총을 평생 간직할 것을 서약했다.
결혼 30주년을 맞아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준형(요한)ㆍ한명희(헬레나) 부부는 "혼인갱신예식이 부부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하느님께서 우리 부부와 가정에 큰 기쁨을 주셨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단은 대회 기간 중 아일랜드 3대 십자가가 세워진 글렌달로프와 모네스터보이스, 피닉스 파크를 비롯해 멜라포트 시토회 수도원 등 아일랜드 가톨릭교회 역사 현장을 방문했다.
모네스터보이스는 아일랜드 동부에 있는 5세기 수도원 유적으로, 바이킹 침공 등으로 폐허가 됐지만 켈틱 십자가 중 가장 화려하다는 '미리다하 십자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근에 자리잡은 멜라포트 시토회 수도원은 말라키 성인이 설립한 아일랜드 첫 시토회 수도원이다. 시토회는 1142년 멜라포트 수도원 설립 후 한 세기 만에 아일랜드 전역에 42개 수도원를 세울 만큼 융성했지만, 1539년 영국 국왕 엘리자베스 1세의 성공회 수장령으로 폐쇄된 뒤 수도회와 수도원 모두 해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김광석(비오)씨는 "신앙 때문에 희생된 많은 이들을 기억하는 역사의 현장을 순례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교회 사적지와 순례성당 방문해 미사봉헌
한국교회 인연있는 성골롬반 선교회 등 모원 방문
궂은 날씨 속 폐막미사에 135개 국 참가자들 한마음
○…한국 참가단은 또 대회 본부측이 지정한 7대 순례 성당을 모두 방문하고 완주 증서를 받았다. 특히 13일 순례성당 중 카푸친회가 관할하는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우리말로 미사를 봉헌했는데, 이 성당에서 외국인 성직자가 자국어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본당 설립 30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본당 사목자들이 아일랜드 카푸친회가 1987년 한국에 카푸친회를 설립한 인연을 기억하며 이날 미사를 특별히 허락했다. 미사 후에는 한국과 아일랜드 두 교회 친교를 위해 아일랜드 수사 선창으로 애국가를 합창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에는 RDS에서 성체행렬이 거행됐다. 교황사절 마크 우엘레 추기경과 더블린대교구장 디어미드 마틴 대주교 등을 비롯한 주교단과 사제단, 참가자 1만 2000여 명이 성체를 따라 행진하며 기도를 바쳤다.
○…한국 참가단은 14일 교황청이 공식 인정한 세계 7대 성모 발현지 가운데 하나인 녹 성모성지를 순례했다. 녹은 대기근이 아일랜드를 휩쓴 1879년 8월 21일 성모님께서 신자들에게 나타나신 곳이다. 녹 성모성지는 성모발현기념대성당을 중심으로 소성당과 고해소, 십자가의 길이 조성돼 있다.
14일은 '정의와 화해를 통한 친교 회복'의 날이어서 참가단은 공동 참회예식과 고해성사 시간을 가진 뒤 성모발현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깊은 침묵 속에서 자신을 성찰한 참가자들은 통회와 치유의 눈물을 흘렸다. 또 어머니 품같은 성모성지에서 따뜻한 위안을 느끼며 화해의 미사를 봉헌했다.
한국 참가단은 선교사를 파견해 한국교회를 성장시키고 6ㆍ25전쟁 이후 먹을 것조차 없던 한국민들에게 큰 도움을 줬던 천주의 성요한 수도원과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모원을 15~16일 방문, 감사를 전했다. 한국 참가단은 아직까지 한국말을 잊지 않은 아일랜드 선교사들 환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참가단은 선교사들을 얼싸안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그칠 줄 몰랐다.
○…폐막미사는 17일 더블린 크로크파크 스타디움에서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 속에 봉헌됐다. 135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각국 국기를 흔들며 친교와 일치를 염원했고, 제50차 세계성체대회 상징인 '쇄신의 종'이 울리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쇄신의 열정을 되새겼다. 영상 메시지를 보낸 교황 베네딕토 16세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나타나자, 신자들은 실제 교황을 만난 듯 환호했다. 폐막미사 때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태극기를 흔든 한국 참가단은 다른나라 참가자들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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