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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가톨릭농민회, 제10회 '어린이 농촌체험 밀서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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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가톨릭농민회가 13일 개최한 어린이 농촌체험 밀서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누렇게 익은 말밭 사이를 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
"'서리'가 뭐예요?"
"옛날 어린이들이 무리를 지어서 남의 과일이나 곡식 등을 주인 몰래 먹는 장난을 뜻한단다."
"왜 몰래 훔쳐 먹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 거야."
"왜 배가 고파요? 엄마가 밥 안 줘요?"
13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황금빛 밀밭에 옹기종기 모인 유치원 어린이들이 일일교사로 나선 봉사자 농민에게 '밀서리'에 대해 배운다. 아이들은 이날 '서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먹을 것이 풍족해 몰래 훔쳐 먹을 일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서리를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도통 이해가 잘 안 된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회장 김병원)는 온혜분회 밀밭에서 '어린이 농촌체험 밀서리' 행사를 열었다. 인근 옥동어린이집ㆍ온혜초등학교 어린이 46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미래 새싹인 어린이들이 우리밀을 수확하고 맛보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배우고, 생명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어린이들은 순서대로 밀밭에 들어가 봉사자로 나선 농부들 지도로 누렇게 익은 밀을 수확했다. 탈곡기를 발로 돌려 탈곡하고, 떨어진 밀을 불에 구워 먹었다. 아이들은 처음 와본 밀밭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이 마냥 신기한 표정들이다. 난생처음 먹는 구운 밀맛이 뻥튀기보다 구수했는지, 입과 손에 시커먼 검댕이가 묻는 줄도 모르고 입에 주워 넣기 바쁘다.
아이들은 또 수확한 밀 타작을 해보고, 밀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등 소원을 적어 밀짚으로 만든 줄에 엮기도 했다. 아이들은 건강한 먹거리도 맛볼 수 있었다. 간식은 우리밀 소보로 빵과 유기농 우유. 점심에는 안동 가톨릭농민이 재배한 유기농 쌀에 채소를 넣어 만든 비빔밥과 떡 등을 맛있게 먹었다.
하늘을 뒤덮은 엷은 구름은 우리밀과 생명의 먹거리에 대해 배우려는 아이들 얼굴이 햇볕에 검게 그을릴까 걱정됐는지, 태양을 가로막는 포근한 양산이 돼줬다.
안동가농이 매년 여는 우리밀 서리 체험행사는 올해 10회째다. 우리밀을 지키고 우리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10년을 한결같이 마련해온 것이다.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우리밀 재배는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활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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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확한 밀을 탈곡하고 있는 어린이들. |
한국인의 제2 주식이 된 밀의 연간 소비량은 국민 1인당 33.3㎏에 달한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 78.8㎏의 절반가량이다. 밀의 안전한 재배와 더불어 안정적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밀은 국내 소비되는 밀 전체의 0.1%(2009년 기준)도 채 안 된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에 따르면 동계작물인 우리밀은 겨울철 유휴농경지 100만㏊(헥타르) 가운데 40%만 활용해도 우리 국민 전체가 안전한 유기농 밀을 먹을 수 있다. 우리밀 100% 자급을 실현할 수 있다면 밀 수입으로 들어가는 10억 달러가량을 매년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밀은 1㏊당 4.46톤의 산소를 방출한다. 전 세계적으로 절감이 시급한 이산화탄소도 같은 규모당 6.13톤을 흡수하기에 밀을 심으면 지구 온난화 방지와 식량자급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아이들과 행사에 참석한 이화자(마리룻, 상주 파티마유치원장) 수녀는 "어린 시절 먹거리의 소중함과 생명의 먹거리를 체험함으로써 자라서도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 매년 참석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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