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안동교구

지역 종교계에서 농촌과 상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나 사찰이 농촌과 직접 교류함으로써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농촌을 살리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사상 최저인 44.5%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곡물 자급률은 22.6%에 머물렀으며, 항상 100%를 웃돌던 쌀 자급률은 83%로 급감했다. 한편 우리 농촌의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수입 농산물의 홍수와 농가 고령화, 도·농 양극화 등이 그것이다. 이는 단지 농민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농업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국가의 근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안동교구가 연 풍년 기원미사 모습. 대구대교구는 안동교구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 농산물 직판체제를 수립하고,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우리농산물 직판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제공>

◆ 천주교

1994년부터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운영
농산물 직판체제 갖추고 판매에도 앞장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1994년 시작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촌을 살리기 위한 실천적 대안운동으로, 한국천주교회가 중심이 돼 시작됐다. 이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지역 농업의 발전 기반을 조성하고, 환경 보전에도 앞장서면서 도·농 생활실천운동의 모범이 되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안동교구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농산물 직판체제를 구축하고,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우리농산물 직판활동을 주도해 왔다. 안동가톨릭농민회와 계약재배를 통해 각종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전국 각지의 가톨릭농민회 회원농가로부터 물품을 의뢰받아 판매하고 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대구시내에 위치한 6개 매장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www.dcwrn.or.kr)를 이용한 택배 주문도 받고 있다. 또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를 통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도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황명호 실장은 “주로 안동가톨릭농민회에서 생산한 물품을 공급받는다”며 “우리는 단골이 많다.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믿을 수 있고 질 좋은 식품이란 것을 알고 많이 찾아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대구서문교회에서 열린 자선바자회 모습. 대구서문교회는 15개 농촌 교회와 자매결연을 하고,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품을 신도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대구서문교회제공>

◆ 기독교

도심-농촌교회 결연…연중 농산품 직거래
가을에는 특별바자회 “가격 싸 인기몰이”

기독교계에서는 교회마다 농촌 교회와 결연을 하고 직판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서문교회는 15개 농촌 교회와 자매결연을 하고, 각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교회 신도들과 판매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직거래 행사는 농산물이 출하될 때마다 열리며, 가을에는 특별 바자회가 열리기도 한다. 판매되는 품목은 쌀, 현미, 콩, 고구마, 감자, 미역 등으로 다양하다.

대구서문교회 남재수 장로는 “농촌 교회의 농민들을 돕기 위해 직거래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물건도 믿을 수 있고, 시중보다 싼 가격에 신도들도 반응이 좋다”며 “농민들도 제값에 판매할 수 있어 만족해 한다. 앞으로 더욱 활발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보성선원 신도들은 매년 공동으로 김장을 한다. 이 사찰의 신도들은 매년 12월이 되면 전국을 돌며 양질의 재료를 구입한다. 전남 해남과 완도의 배추와 고춧가루, 경북 의성의 마늘, 충남 강경의 젓갈 등 유명한 김장 재료 원산지를 찾아 싱싱하고 질 좋은 재료를 구입한다. 수백명의 신도들이 수천 포기의 김장을 하는 모습은 여느 사찰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보성선원은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를 신도는 물론, 달서구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에게도 나눠준다.

지난해 보성선원에서 신도들이 김장을 하는 모습. 수백명의 신도들이 수천 포기의 김장을 해 신도들은 물론, 사찰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 먹는다. <보성선원 제공>

◆ 불교

보성선원 신도들 전국 돌며 김장재료 구입
공동으로 김장해 어려운 이웃에게도 전달

불교계 자원봉사자 모임인 ‘맑고 향기롭게’ 대구지역 회원들은 농촌과의 직거래로 유기농 먹거리를 공급받고 있다. 경북 청송에 있는 유기농 단체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싱싱하고 믿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의 한 회원은 “농사짓는 분과 친분이 있어 직거래를 하게 됐다. 좋은 채소와 과일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농촌 살리기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종교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보성선원 한북 스님은 “혼탁한 우리 사회에서 사찰이나 교회를 통한 지역공동체 형성은 큰 의미를 가진다. 사찰이나 교회가 공동체의 구심점이 돼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안전한 먹거리를 나누고, 나아가 정서적인 채움을 이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