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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해도 너~무 사랑한 벽안의 선교사
셀레스텡 코요스(Celestin coyos, 1908~1993) 신부. 한국명 구인덕(具仁德).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벽안의 선교사가 3일로 선종 20주기를 맞는다. 구 신부는 1970년 농촌지역인 안동교구에 최초로 여성 교육시설(현 가톨릭상지대)을 설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한국을 너무나 사랑해 세 차례나 한국을 찾았고, 결국 한국에서 생을 마쳤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는 "구 신부님은 돌아가시기 전 자신에 대해 어떠한 글도 쓰지 말고 자신을 잊어달라고 유언하셨다"며 "그 정도로 자신보다는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려 했던 참된 사제"라고 회고했다.
프랑스 셰로트에서 신심깊은 집안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구 신부는 1933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입국, 논산본당(현 논산 부창동본당)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여 만에 폐결핵에 걸려 치료차 고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한국에는 폐결핵 치료수준이 매우 낮았다.
그의 선교 열정은 1950년 4월 다시 한국으로 발길을 이끈다. 하지만 6ㆍ25전쟁 때 납북돼 함경도 등지를 끌려다니며 수용소 지하감방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1953년 극적으로 풀려난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 「나의 북한 포로기」(Ma captivite en Coree du Nord)를 출간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님들과 가르멜수녀회 수녀님 등 여러 수도자와 신부들이 함께 죽음의 행진에 나섰다. 잡힌 사람들은 수용소로 나뉘어 갔다. 가는 길에 정말 많은 이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관구장 수녀님이 어디선가 마늘 한 통을 구해오셨다. 수녀님께서는 나를 살리려고 당신은 먹지 않으시고 매일 한 쪽씩 내게 주셨다."
1955년 다시 한국에 온 그는 천안본당(현 천안 오룡동본당)에 부임, 성당 신축공사를 하는 등 한국교회 재건에 나섰다. 1962년에는 제2대 안동 감목 대리구장으로 임명돼 1969년 안동교구가 설립되기까지 기반을 다졌다. 그는 룩셈부르크가 본원인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를 한국(안동)에 진출시켜 가톨릭상지대 설립을 지원했다. 말년에는 안동교구를 떠나 한국순교복자수녀회와 가난한 이들의 작은자매회 수녀원 등에서 거주하다 1993년 3월 3일 86살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현재 그의 묘는 안동시 안기동 천주교묘원에 있다. 가톨릭상지대는 구 신부를 기리고자 '인덕관'을 지었으며, 소피아관 로비에 그의 흉상을 세웠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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