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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3월 6일 발표한 군종장교 선발에서 천주교 군종사제 지원자 9명 가운데 3명을 탈락시켰다. 천주교 사제가 군종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군종사제 파견 이후 처음 있는 일로, 해당 사제들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군종장교에 지원한 사제들은 광주, 대구, 수원, 안동, 인천교구 등에서 지원한 9명이다. 이들은 지난 1월 31일 신체검사를 거쳐 5명과 4명으로 나뉘어 면접을 치렀다.
탈락자들은 앞서 면접을 본 5명에 속한 광주, 대구, 안동교구의 사제 3명이며, 이들은 1월 31일 저녁과 다음 날인 2월 1일 선배 군종 신부와 해당 교구 사무(국)처를 통해 불합격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에 대해 면접관으로 참관했던 천주교 군종 사제는 "각 종단 군종 장교들은 면접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영관급 장교가 면접관으로 참여해 국가안보관 검증
김관진 국방부장관, "모든 장교들의 국가관을 확실하게 검증하라"
국방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불합격 결정은 면접관으로 참관한 영관급 장교들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종이 아닌 일반 장교들은 2012년 선발부터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이는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지난 해, “군종장교를 포함한 모든 장교들의 국가관을 확실하게 검증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군종교구 측으로부터 탈락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탈락 사유는 A 신부의 경우 “국가안보의식에 현격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으며, B 신부는 해당 교구 사무처를 통해 “괘씸죄”라고 탈락 이유를 들었다. C 신부는 자신의 탈락 원인이 되었다는 답변 내용은 ‘자신이 직접 받지 않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서는 먼저 서면 질의서를 통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입장과 사목 계획 등을 물은 후, 이후 애국가 가사, 연평도 포격 사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겠지만 탈락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면접 당시 논쟁이나 문제점 지적 등은 없었다. 다만 면접 당시 분위기와 다음 면접자들에 대한 면접관들의 태도를 통해 짐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탈락된 사제들은 “비록 군인의 신분이지만, 사제로서 파견되는 이들에게 사목과 관계없는 시국사건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변에 대해 일관된 관점을 요구, 사상검증을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군복무를 겸해서 군종장교로 입대하는 개신교, 불교의 군종목사나 법사의 경우와 달리, 천주교 군종사제들은 이미 신학생 시절 군복무를 마친 이들로서 일정 기간 동안만 군대 사목을 위해 파견된다. 따라서 군종사제들은 군인이라기보다 사제라는 정체성이 더 강한 편이다.
탈락자들은 “면접관들은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대해 ‘북한의 일방적 공격 또는 잘못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답변을 유도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사제로서 남한이나 북한을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A 신부는 “또 군종과장이 ‘하느님의 뜻일 수도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해, 정책 자체보다는 이행 과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며, 이는 교회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일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B 신부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사목자로서 단편적으로 치우친 사고는 옳지 않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군종사제를 지원하는 이들에게 사목자로서의 신념,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대답을 하라고 가르쳐야 하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병역을 이미 마친 상태에서 사목을 위해 파견되는 천주교의 군종사목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목자’가 아닌 ‘군인’을 평가하는 기준을 똑같이 적용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종교를 막론하고 군종 성직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사목과 관계없는 정치적 평가는 군종 사목을 위축시킬뿐더러 당사자 스스로 사상검증을 하도록 만든다”고 우려했다.
한편 천주교 측에서는 탈락자가 나옴에 따라 조만간 2명이 추가로 지원해 면접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국방부의 면접 결과는 발표됐지만, 군종교구 차원에서 각 해당 교구에 보내는 면접 결과에 대한 공식 문서는 발송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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