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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대한문 분향소가 기습 철거된 10일 오후 예정대로 매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사제 1명을 포함해 노동자와 시민 1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한수진 기자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이하 사제단)은 10일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강제 철거와 사제를 비롯한 노동자, 시민 16명의 연행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중구청은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기습 철거하고, 미사에 쓰이는 의자와 음향 장비 등을 폐기했다. 같은 시간 서울시청 부근에 있던 재능교육 농성장도 철거됐다. 경찰은 대한문에서 철거를 막던 노동자 6명을 연행하고, 이어 정오 무렵에는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 장소 확보를 요구하던 노동자와 시민 10명을 연행했다. 이 중에는 미사 물품을 지키기 위해 나와 있던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정의평화위원장)도 포함됐다.
사제단은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앞에서 매일 오후 6시 30분에 봉헌하던 미사를 예정대로 열고, 오전에 벌어진 철거와 연행 사태에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미사에는 사제 40여 명과 수도자와 신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미사 시간동안 병력을 철수해달라는 사제단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 4월 4일 쌍용차 분향소 철거 후 설치한 화단과 미사 참석자들 사이에 배치된 병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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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은 미사 시간동안 병력을 철수해달라는 사제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한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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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제단은 쌍용차 분향소 강제 철거와 사제를 비롯한 노동자, 시민 16명의 연행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수진 기자 |
미사 말미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사제단은 “오늘 아침 벌어졌던 강제철거와 폭력적 무더기 연행은 오히려 6.10 항쟁의 고귀한 정신을 다시금 일깨워줬다”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제단은 “인간에 대한 예의,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잃어버린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니”며 “홑겹 비닐과 낱장 돗자리에 이리도 소스라치는 정부는 이미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선 전 공약이었던 쌍용차 국정조사와 원직복직을 지키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참담함을 표했다.
미사 후 사제와 수도자, 시민들은 연행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늦은 밤까지 대한문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 등 사제 5명은 서영섭 신부와 노동자 4명이 연행된 은평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고 연행자들을 면회했다.
서영섭 신부는 유치장 면회실에서 동료 사제들을 만나 연행 당시를 설명하면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포악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 신부는 이날 경찰이 평소보다 심한 욕설과 폭력으로 시민들을 대했고, 연행된 이들은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도 외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연행자 대부분은 경찰에 끌려가는 과정에 부상을 입었으며, 서 신부도 발목과 복부에 타박상을 입었다. 연행자들은 11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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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식 신부(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장)가 유치장 면회실에서 서영섭 신부를 만나고 있다. ⓒ한수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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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를 마친 후에도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밤늦도록 자리를 지켰다. ⓒ한수진 기자 |
[성명서 전문] 6월 10일 쌍용자동차 대한문 분향소 강제 철거와 무더기 연행에 부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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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습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히브 10,39)
1. 무심한 계절은 몇 번이고 바뀌었지만 아무 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눈물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 14일 이곳 대한문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정리해고로 인해 삶을 달리한 24명의 넋을 기리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야만에 저항하지 않는 것도 야만’이라 외쳤던 그날, 그 자리의 외침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4일, 쓰레기마냥 사라져간 24명의 넋을 모시던 자리에서 이름 없는 통곡들을 모아 미사를 봉헌한지 오늘로 63일째입니다.
2. 밤이슬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내는 노동자들의 서러운 매일이 벌써 66일째입니다. 죽음을 애도하던 자리를 흙더미로 덮었지만 아무 것도 덮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의로운 시민들이 들풀처럼 솟아났고 이름 없는 통곡들이 간절한 기도로 피어났습니다. 거짓의 꽃밭 위에 진실의 사람들이 의연히 피어났습니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3. 26년 전 오늘을 기억합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분수령이 되었던 6.10 항쟁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거짓과 폭력으로 백성을 유린했던 철옹성 같은 권력은 들꽃처럼 무수히 피어난 사람들의 함성 앞에 우수수 무너졌습니다. 오늘 아침 벌어졌던 강제철거와 폭력적 무더기 연행은 오히려 6.10 항쟁의 고귀한 정신을 다시금 일깨워줬습니다. 그날의 들꽃들이 이곳 대한문에서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아니, 이미 우리 안에 선명히 피었습니다.
4. 인간에 대한 예의,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잃어버린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닙니다. 한 몸을 뉘이기 위한 홑겹 비닐과 낱장 돗자리에 이리도 소스라치는 정부는 이미 국민의 정부가 아닙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우악스럽게 철창에 가두기는 했지만 우리들의 선명한 염원과 질긴 희망은 가두지 못했습니다.
5. 약속은 목숨입니다. 아니 실제로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대선 전 이미 국민 앞에 공히 약속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와 원직복직에 대한 답이 이리도 참담할 수는 없습니다. 허망한 약속 앞에 우리는 진실의 말로 약속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결코 물러서지 않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의 자리, 그곳이 하느님의 자리, 믿음의 자리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위태로운 목숨들의 아우성이 하느님의 통곡임을 고백합니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히브 10,39)
2013. 6. 10
6.10 항쟁 26번째 날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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