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신자들과 함께 60년
 |
| ▲ 두봉 주교가 5일 의성성당에서 봉헌된 사제수품 60주년 기념미사를 마치고 나오다 신자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
두봉 주교가 흥겨운 우리 가락에 몸을 싣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장맛비를 피해 성당 처마 밑에 자리잡은 풍물패가 연주를 시작하자 미사를 마치고 나오다 흥에 겨워 신자들과 춤바람(?)이 난 것이다.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벽안의 노(老) 주교는 빗방울이 들이쳐 어깨가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국교회 신자들과 살아온 지 벌써 60년이다.
안동교구는 5일 의성성당에서 초대 교구장 두봉 주교 사제수품 6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영육간의 건강을 기원했다. 안동교구가 교구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살아 있는 성인'으로 존경받는 두봉 주교를 위해 마련한 잔치다. 원래는 사제 몇몇이 모여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대신하려던 수품 60돌이 후배 사제와 신자들 등쌀(?)에 판이 커진 것이다. 그래봐야 신자와 손님 모두 합해 500명이 안 됐다.
올해로 은퇴 23년째를 맞은 두봉 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맞아 특별히 후배 사제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입을 열었다. 두봉 주교는 "사제들끼리 영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는 성경구절을 예로 든 그는 "사제 두 사람이라도 모이면 각자 자신이 느낀 하느님을 이야기해야 한다. 소공동체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나 자신도 의성군 도리원 농가에 살면서 (소공동체) 회장님 지도를 받으며 주님 말씀을 읽고 느낌을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하느님과 반원들과 한마음이 된다. 사제 역시 자기 내면과 신앙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또 "신부들끼리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라"며 프라도사제회나 포콜라레 등 좋은 대화를 나누도록 이끌어주는 단체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축하연에서 "두봉 주교님은 60년을 한국교회와 함께, 그리고 44년을 안동교구와 함께 동고동락하시며 바르고 떳떳하게 살도록 우리를 인도해주신 빛"이라며 "깨끗하고 가난해야 하는 사제의 마음을 삶으로 직접 보여주셨다"고 축하했다.
1929년 프랑스 파리 인근 오를레앙에서 출생한 두봉(본명 르네 뒤퐁) 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로 1953년 사제품을 받고 1954년 한국에 왔다. 대전교구 대흥동본당에서 오기선 신부를 도와 사목을 시작한 이래 1962년 대전교구 상서국장, 1967년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을 지내다 1969년 안동교구가 설립되면서 초대 교구장에 착좌했다. 1990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