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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 살리기, 생명 살리고 환경 지키는 길
"우리농 운동은 제 삶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꾼은 농민만이 아니다. 평범한 전업주부 정현주(마리아, 47)씨도 '소비'를 통해 하느님 창조사업에 참여한다. 그 방법은 소비자로서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에의 연대다. 2002년 4월께 서울대교구 양천성당에서 시작했으니 벌써 12년째다. 그간 양천본당 우리농 활동가와 회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 생활공동체위원회 산하 월간 「하늘ㆍ땅ㆍ물ㆍ벗」 편집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85학번 영문학도로 도시에서만 자란 그의 삶을 우리농운동은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경쟁력이 없을 뿐 아니라 비전도 없다고 여겼던 한국 농업은 어느 틈엔가 생명을 키우고 환경도 지키는 생명 파수꾼이 돼 있었다. 하찮게, 짜증스럽게, 무의미하게 여겼던 전업주부의 삶도 어느새 의미 있는 삶이 돼 있었다.
남편과 딸 등 가족들의 생각도 바꿔놓았다. 그저 '돈 버는 일'만이 가치있다고 여겼던 삶은 이제 사람을, 공동체를, 나눔을, 함께하는 것을, 사랑의 가치를 찾는 삶으로 바뀌었다. 모태 신앙임에도 미지근했던 신앙도 뜨거운 신앙으로 바뀌었다. 다 우리농운동이 가져다 준 결실이다.
"도시 소비자들은 '편한' 것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자신의 구미에 맞는, 상품성을 갖춘 농산물이나 먹을거리에만 길들여 있는데 농산물이 얼마나 힘들게 생산되는지, 고생하시는 농민들의 땀방울과 수고를 돌아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넓게 둘러보면 고마운 게 얼마나 많은지, 나눌 수 있는 게 참 많다는 걸 느낄 겁니다."
특히 2003년 하늘ㆍ땅ㆍ물ㆍ벗 교육을 받으며 시작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세상에서 파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는 관행농법 현실을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수확한 감자에 싹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수확시기를 늦추거나 조절하기 위해,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초제 등 농약을 뿌리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또 산화방지제나 방부제, 색소 등 식품첨가물을 많이 쓰는 가공식품도 많이 봤다.
그래서 가족들을 설득해 우리 농산물만 먹도록 했다. 맛도, 모양도 천차만별이지만 하늘과 동업을 하며 재배한 농민의 마음이 담긴, 온전히 하느님의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본당과 결연을 맺고 있는 안동교구 쌍호분회와 함께하는 풍년기원미사(매년 6월 초)나 추수감사미사(11월) 등에 꼭 함께했다. 딸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시절엔 손모내기 봉사나 사과따기 등 농촌 체험에 꼭 데리고 다녔다. 그래선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딸도 패스트푸드 같은 즉석식품은 거의 찾지 않고, 장래 꿈도 동물을 살리는 수의학과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을 꾼다고 한다.
정 편집장은 "딸아이가 수의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걸 보며 우리농에 데리고 다닌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새삼 느낀다"며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진정한 이땅의 농부들이 아닐까 싶다"고 전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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