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안동교구

5월 7일 오후 5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 이하 정의구현사제단)은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자유언론, 방송독립을 위한 광장미사’를 봉헌했다. 이날은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방송사 노동조합원들이 장기 노숙투쟁을 선언한 날이었으며 MBC 파업 99일, KBS 63일, 연합뉴스 54일, 국민일보 137일, YTN 주말 파업 10주째가 되는 날이었다.

여의도의 눈물, 우리가 닦아 줄게요
진실의 입들은 방송국으로, 권력의 시녀들은 각자 집으로
우리는 진실의 파수꾼, 여러분 편입니다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미사에 앞서 노조원들에게 격려와 지지의 인사를 전하며 “말의 타락처럼 더러운 오염은 없으며 말의 왜곡처럼 치명적 굴절도 없다. 말문이 막히는 것보다 속 터지게 답답한 봉쇄도 없다. 그래서 여러분이 취재현장과 방송을 떠나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여러분의 싸움에 경의를 표하며 밤이나 낮이나 진실을 지키기 위해 나선 여러분을 하느님이 감싸고 지키고 돌봐주시기를, 자유언론과 방송독립의 열매를 거두게 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전종훈 신부(서울대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진실과 정의를 보장하는 언론이 제대로 되어야 국민과 나라가 행복해진다며 “언론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의 절대 가치인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질식한다는 것이며 정의와 하느님의 실종이다. 우리의 다짐과 결의가 언론의 민주화 때문임을 고백하며 오늘 그 회복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하는 미사를 봉헌하자”고 말했다.

"여러분의 분노는 서러운 이들의 친구가 되기 위한 아름다운 발걸음의 시작"

강론을 맡은 김영식 신부(안동교구)는 4대강 사업 현장, 제주도 강정마을, 용산참사 현장,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죽음, 콜트콜택과 재능교육 등 도처에 은폐와 음모의 수단인 가림막이 펼쳐져 있으며 음흉한 세력이 이런 가림막을 칠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인을 포함한 언론인들의 직무유기 탓이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신부는 이 파업이 회광반조(廻光返照;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추다)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밖으로만 불빛을 비춰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며 자신 이외의 삶에는 무관심하고 소홀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불빛을 안으로 돌려 욕망과 비겁으로 가득 차 있던 자신의 내면을 비추며 불투명한 미래에 목매달고 ‘지금 여기’의 인간다운 삶을 소홀히 했던 지난날을 비춰보는 복된 파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김 신부는 “이 자리에서 거룩한 투쟁을 축원하는 것은 죽은 방송을 살려 우리 사회를 되살리겠다는 진솔한 눈물을 믿기 때문이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며 “진정 어린 회한과 새로운 결심의 눈물은 불의 앞의 의로운 행동이며, 스스로 슬픔을 벗어날 수 없고 부당한 음모에 희생당하는 이들의 설움을 파헤치고자 일어선 여러분의 의로운 분노는 그들의 ‘친구’가 되기 위한 아름다운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격려했다.

▲ 미사에 참여하면서 "드디어 우리의 싸움도 은혜를 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한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반드시 이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날 미사에는 MBC와 KBS 노조원을 비롯한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서로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나눴다. 인사에 나선 노조원들은 “이 싸움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때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끝까지 파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결의를 밝혔다.

KBS 보도국의 한 카메라 기자는 “그동안 언론인들의 직무유기에 대해 신부님께서 질책하는 말씀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더 크게 꾸짖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메라 기자로서 다른 부서보다 데스크로부터 압박을 더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자율적이었던 취재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고 조직문화는 경직되어 갔다. 아직까지는 좋은 분위기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이 싸움은 절대로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월요 순례 미사는 쌍용자동차 희생 노동자 분향소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언론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앞으로 이들의 싸움에 함께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MBC와 KBS 노조원들은 5월 7일 오전 ‘여의도 희망 텐트’ 출정식을 열고 장기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앞으로 이들은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 앞에 80동의 텐트를 치고 ‘공정방송 쟁취’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국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은 “오늘 이곳에 진을 치는 것은 이 투쟁을 단기간에 접지 않을 것이며 더 밖으로, 더 폭넓게, 더 세게 전개하겠다는 다짐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다음 ‘월요 순례’ 미사는 5월 14일 쌍용자동차 분향소가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이어진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분향소를 지키고 오후 7시부터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이날 여의도공원에 들어선 '희망 텐트'

▲ 미사가 끝난 후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희망 텐트'에 성수를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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