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안동교구

▲ 이상복(왼쪽) 신부와 신자들이 재건축 중인 외남공소 외부를 살펴보고 있다. 공소는 현재 건축 기금 부족으로 공사를 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힘 기자

“아이고 저게 뭐꼬?”

지난해 2월 안동교구 상주 개운동본당 외남공소 신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의심했다. 얼었던 날씨가 풀려 ‘봄이 오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공소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눈 녹은 물이 낮은 대지에 지어진 공소 흙벽에 스며들면서 빚어진 참사로 추정됐다.

상주 외남면 흔평리 541-1에 있는 외남공소는 1962년 7월 완공됐다. 공소는 당시 상주에서 하나뿐인 상주본당(현 서문동본당) 소속이었다. 외남면에선 상주성당이 멀어 신자들은 본당 주임 경 엘리기우스(성 베네딕도회) 신부에게 공소 신설을 요청했다.

공소를 흙벽돌로 지은 것은 당시 주변에서 모래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래를 구하려면 5㎞가량 떨어진 수상리에 가야 했는데, 당시엔 길이 없어 여러 마을을 돌아가야 했고, 우마차를 동원할 운임도 없었다. 그래서 신자들은 손수 흙으로 벽돌을 찍어 건물을 올렸다.

“흙벽돌 건물은 1년도 못 가 무너진다”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공소는 지난 53년간 외남 신자들의 ‘기도방’이자 ‘사랑방’이었다. 감ㆍ배ㆍ복숭아 등 과일 농사를 짓는 이곳 신자들은 고된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공소에서 기도하며 땀을 식혔다. 주민들도 의논할 일이 있을 때마다 공소에 모이곤 했다.

현재 공소를 담당하는 개운동본당(주임 이상복 신부)은 무너진 공소를 흉물로 둘 수 없어 일단 재건축에 들어갔다. 22일 현재 철골을 세우고 스티로폼 합판 가벽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건축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소 신자는 60~80대 어르신 12명이 전부다. 개운동본당도 미사 참례자가 2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힘을 모아 1년 내내 농사지어 곶감을 만들고 팔아봐야 남는 수익금은 500만 원 정도다. 이렇게 해선 1억 5000만 원에 이르는 건축 기금을 언제 마련할 수 있을지 까마득하다.

본당은 무너진 공소를 아예 없앨 계획도 있었다. 그러다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 것은 외남공소가 50년이 넘는 신앙 역사를 갖고 있고, 공소에서 2㎞ 떨어진 곳에 누가 세웠는지 알 수 없는 ‘신앙 고백비’가 발견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남면 흔평리 일대에 개신교 교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어 서둘러 재건축을 하기로 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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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남공소에 도움 주실 독자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36)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