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안동교구

핵발전소 정책과 깊이 관련있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주민들 반발 속에 발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6월 18일 서울 삼성동 구 한국전력 사옥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29년까지 15년간 전력수급계획인 7차 기본계획안의 핵심은 핵발전소 2기 추가 건설이다. 추가 2기의 예정지로 경북 영덕(천지 3, 4호기) 또는 강원도 삼척(대진 1, 2호기)을 지정했다. 건설 지역은 2018년 발전사업 허가 단계에서 결정되며, 건설은 2028년, 2029년에 시작된다.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과 확정설비 비용은 총 67조 원이 든다.

이밖에 7차 기본계획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6차 기본계획에 비해 핵발전소 비중이 28.5퍼센트로 1.1퍼센트 늘었고, 석탄, 화력발전은 석탄화력발전소 영흥 7,8호기, 강릉 동부 하슬라 1, 2호기 건설 계획이 철회돼 비중이 34.7퍼센트에서 32.2퍼센트로 줄었다.

핵발전소 2기 추가 건설 외에도 2015년부터 2029년 사이 새로 건설되는 핵발전소는 13기, 석탄화력발전소는 27기다.

▲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한 주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공청회 장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현진 기자

녹색당 공동위원장 하승수 변호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7차 기본계획안에 제시된 수급계획은 전기수요를 너무 크게 본 것이라며,  “앞으로 15년간 전력소비량이 2.2퍼센트씩 증가한다는 가정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절반 수준으로 설정한 것이며,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7차 기본계획에 전력소비량이 15년간 2.2퍼센트, 최대전력이 2.3퍼센트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변호사는 이 예측치는 산업용 전기 가격을 정상적으로 받는다면, 그렇게 늘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적정 설비예비율 22퍼센트에 대해서도,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적정 설비예비율은 12퍼센트로 10퍼센트의 차이는 한국형 핵발전소 약 6기에 해당한다면서, "현재 발전소가 남아 도는데도 예비율을 높게 설정해 핵발전소를 짓기 위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 7차 기본계획의 내용, 절차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공청회는 무효”
“공공의 장인 공청회 참석자를 왜 용역이 막아서나”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영덕과 삼척주민, 환경단체 등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으며, 상당수의 주민들과 단체 활동가들이 사전 심사로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적법한 공청회 진행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 참석자에 대해 사전 신청을 받았지만, 자체 기준에 따라 신청자 반 이상에 입장 불가라고 통보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해당 공청회는 2013년 7월 국회가 민주적이고 투명한 의견수렴을 하도록 정한 법적 근거 위에서 열려야 한다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법적 공청회로서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며, 국민이자 주민, 전력 소비자들의 발언을 막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며, 주민들을 입장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부 채희봉 국장(에너지산업정책국)은 참석자 선정 배경에 대해 신청 인원이 많아 동일한 의견을 갖거나 같은 단체에 소속된 인원들 중 2-3명을 선별해야 했다면서, “되도록 많은 단체와 개인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하면서, 주민 참석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영덕 주민 김상기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무지한 농민들도 이런 식으로 소통하지 않는다”며, “공청회는 공개해서 듣고 함께 이야기하라는 것 아닌가. 당사자를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니. 발언은 하지 못하더라도 밖에서 들을 수라도 있게 해야 했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과 정당 및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적법한 공청회 진행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정현진 기자

영덕지역 주민투표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손성문 신부(안동교구)는 현재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주민투표 동의여부 서명을 받고 있으며, 반대여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찬반 주민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전체 의사를 물을 예정이다. 많은 주민이 참여해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투표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백운해 목사는 현재로서 삼척 85퍼센트에 못지 않은 반대 의견이 예상된다면서, “환경이 무엇보다 귀해지는 때가 오고 있다. 핵발전소가 아니라 청정한 환경이 영덕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7차 전력기본계획안은 6월 26일 국회 보고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