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3년 8월 26일(월)자 A11면 사회면에 ‘육사생도 미성년자 성매매’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월 육사4학년 생도가 교내에서 후배 여생도를 만취상태에서 성폭행 발생에 이어 두달만에 여중3학년 학생을 성매매한 혐의로 구속됐다(동알일보 12면, 한국일보 8면, 경향신문 11면, 문화일보 12면)고 보도하였다.
누구나 텁텁한 막걸리 한 대접 싫어하지 않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 싫어하는 이 없으며 입에 쩍쩍 들어붙는 쐬주하고 달콤하고 향긋한 양주 몸에 이상이 없는 한 싫어하지 않는 바, 육사생도가 만취상태에서 성폭행한 사건은 곤드레만드레 몸을 가눌 수 없는 혼미한 상태가 아닌 한 절대로 일어 날 수 가 없다.
그러면 옛 전통 음주 문화는 어떠하였을까?
오례의(五禮儀) 중 빈례(賓禮)는 빈객을 맞이하는 의식으로써 주례(酒禮)를 거행한다. 손님을 초청한 주인이 유흥을 북돋우기 위하여 주리(酒吏)가 타악기와 관현악기를 설치하여 풍악에 맞춰 가무(歌舞)와 시조를 읊는 와중에 손님에게 처음 술잔을 권하는 것을 드릴 헌(獻)이라(酌言獻之, 主人酌賓曰獻,「詩經」小雅편 魚藻之什 瓠葉)하고 이에 대한 답례로 손님이 주인에게 권하는 것을 술 작(酌, 酌言酌之, 賓飮主人曰酌)이라 하며 다시 주인이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술 수(酬, 酌言酬之, 主人又自飮而復飮賓曰酬)라 한다. 곧 헌(獻)․작(酌)․수(酬)가 1헌(一獻)이 된다. 이렇게 거듭 삼헌(三獻)을 하여 주인은 석잔, 손님은 여섯잔을 마셔 거나하게 대접한다.
옛 제도에서 황제는 9헌(九獻), 제공(諸公)은 7헌(七獻), 제후(諸侯)는 5헌(五獻), 대부(大夫)는 3헌(三獻)을 각각 행하였다. 고려조에서는 5헌(五獻)을 하였고 조선조에 와서는 3헌(三獻)이 정착화 되었다. 반대로 헌(獻)․작(酌)․수(酬)를 거꾸로 읽으면 수․작․헌이 되는데 도리에 어긋난 못된 짓을 하면 ‘헛수작’ 부린다고 하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고 본다.
「전국책(戰國策)」위책(魏策)에는 우(禹)임금의 신하인 의적(儀狄)이 처음 술을 만들었는데 술(酒)이란 첫째 상형문자로써 후한(後漢) 화제(和帝) 12년(100)때 허신(許愼, 字 叔重)이 지은 가장 오래된 옥편이라 할 수 있는「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술 그릇을 의미하는 술병( )을 말한다. 둘째는 아무때나 마시는 것이 아니고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마신다.
술 주(酒)자는 물 수(水)자와 닭 유(酉)자의 회의문자로 12지지로 따지면 유시(酉時)를 가리켜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동안 환담하면서 마시는 것이다. 술 한잔 마시면서 상대방에게 좋은 점만 골라서 칭찬을 하며 서로 자주 절하고 마셨기 때문에<酒禮 壹獻之禮 賓主百拜,「禮記」樂記편과 세종15년(1433) 10월28일조> 슬기로운 사람은 술을 마셔도 행동을 삼가해서 온유하거늘 이른 아침부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人之齊聖 飮酒溫克, 一朝酬之,「詩經」小雅편 節南山之什 小宛, 小雅편 南有嘉魚之什 彤弓) 하루 종일 마셔도 취하지 않은 것은 술주정에 대비한 것이다(終日飮酒而不得醉焉, 先王之所以備酒禍也, 樂記편).
술 주(酒)자는 진한술 주(酎)자로도 쓴다. 주(酎)는 세 번 걸러 빚은 술로써 유(酉)자와 마디 촌(寸)자의 회의문자이므로 술을 한방울 한방울 이슬방울만큼 조금씩 조금씩 혓바닥에 떨구며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셔버리는 졸작(卒爵,「禮記」玉藻편)을 하였다.
「세종실록」 세종 13년(1431) 3월 15일(己卯)조에 관리는 묘시(卯時)에 출근(묘사卯仕)하여 유시(酉時)에 퇴근하면서(卯仕酉罷) 한 잔 걸치다가 가로(街路)위에서 술주정을 부리는 술주정꾼은 곤장 1백대로 다스렸다고 「대전통편(大典通編)」에 실려있다.
유시(酉時) 다음이 술시(戌時 19시-21시)로서 술자리를 옮겨 가서 2차 술을 마시게 되면 술시가 되므로 술이 술을 먹어 술술 들어가게 되고 다시 3차를 옮겨가서 마시게 되면 해시(亥時 21시-23시)가 되는데 이때 말이 많아져 해롱해롱 주절거리게 되며 다시 4차를 가게되면 자시(子時 23시-01시)가 되는데 이때 몸을 가누지 못해서 자빠져 자기 시작하는 시각이고 축시(丑時 01시-03시)에 이르게 되면 황소(소축丑)고환이 축 늘어진 것처럼 널부러지게 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셋째, 8월달에만 마신다. 8월은 추수의 계절이라 햇곡식에다가 누룩과 물(氵)을 술독에 넣어 빚으면 술이 되고 월건(月建)으로 유월(酉月)이 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닭(鷄)이 모이를 쪼아 먹고 백보(百步)를 간 다음 물 한모금을 들이키고 고개를 드는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場鷄百步一飮) 코로 향긋한 술 향기를 맡고 눈으로 부드럽고 여성적인 색깔을 보면서 조금씩 입속에 넣어 여러번 혓바닥으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지(음주필소인飮酒必小咽) 황소처럼 냉수 마시듯이(牛飮) 벌컥벌컥 한번에 술잔을 비우는 건배<乾杯, 간빠이(日), 깐뻬(中)>가 아니다.
중국 춘추시대 공자(孔子 B.C552-B.C479)는 집에서 숙성시켜 빚은 술만 마시면서 큰소리로 말하지 않았고 주량은 한이 없었으나 취해서 난잡하게 행동한 적은 없었다(唯酒無量不及亂 沽酒 市脯不食 食不語也,「論語」鄕黨편)고 하였고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술마시면서 떠들석하게 씨잘데 없이 잡소리 안하는 이가 참된 군자(주중불어 진군자酒中不語 眞君子,「明心寶鑑」正已편)라 하였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나카르시스’가 말하기를 한 잔술은 건강을 위해, 두 잔술은 즐거움을 위해, 석 잔술은 방종을 위해, 넉 잔술은 광란을 위해 마신다고 하였고 유대인의 율법인 탈무드(Talmud)에는 사흘에 한번 마시는 술은 금(金)이고 밤술은 은(銀)이며 낮술은 독과 같다고 하였다.
「예기(禮記)」에는 신하가 임금 앞에서 첫 잔의 술을 받아 마실 때에는 일어나서 두 번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술잔을 받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마시되 얼굴빛이 엄숙하여야 한다<受一爵而色洒如也,「예기(禮記)」옥조(玉藻)편>고 하였다. 둘째 잔을 받았을 때에는 온화하고 삼가는 모습이어야 하며(二爵而言言) 셋째 잔을 받을 때에는 공손하고도 절도를 지켜 당황하지 않는 태도로(三爵而油油) 술을 마시되 임금이 술잔을 들어 잔을 비우지 아니하였으면 감히 마시지 못하여 “술잔들어 주고받음이 예의와 법도에 모두 맞으니 희희낙락 즐기며 담소함도 모두 어울리네(獻酬交錯 禮儀卒度 笑語卒獲,「詩經」小雅편 谷風之什 楚茨)” 라고 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즐겁고 흥겹게 하는 향긋하고 입에 달은 좋은 술과 연하고 맛있는 고기 안주가 입에 달지만 술을 들기 전에는 안주 맛을 보지 않으며(未步爵不嘗羞,「禮記」小儀편) 지나치게 마시면 몸을 병들게 하기 때문에 (香美脆味, 厚酒肥肉, 甘口疾形,「韓非子」二柄편) 주화(酒禍)에 대비하여 술을 절제있게 마시면 생기를 주고 마음의 즐거움이며 영혼의 기쁨(「聖書」집회서 31장 27-28절)이라 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예절에 따라 근신하면서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하여 자리를 뜨는 자는 복되지만 끝에 가서는 술자리를 뜰 줄 모르고 절제가 없이 술 취한대로 술이 술을 마시다가 그 자리에서 곤드레만드레 고주망태가 되어 술이 사람을 삼켜버려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자제력을 잃어 눈알이 빨개져서 게슴츠레하고 술에 떡이 되어 널부러져 누워있거나 옆사람의 안색을 살피지도 않고 함부로 떠들며 시비를 하고 행패가 심해 조롱하며 비난하면서 난잡하게 성내며 추악한 경지에 이르도록 설친다면 덕을 망치어 음란한 데로 빠지는 것(旣醉而出 並受其福 醉而不出 是謂伐德,「詩經」小雅편 甫田之什 賓之初筵)이라고 「시경(詩經)」에서 피력하였다.
「구약성서」 잠언에 이르기를 술에 곯아 술독에 빠져 떨어지면 누더기를 걸친 거지가 된다(23장 20-21절)고 하였고 「신약성서」에서는 방탕한 생활이 술에 취한데서 비롯된다(에페소서 5장 18절)고 하였다.
조선조 정조 때 문장가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사소절(士小節)」성행(性行)조에서 훌륭한 사람이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조급한 사람은 사나운 기운을 나타낸다고 하였고,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술을 좋아하여 싫증나는 줄도 모르고 퍼마시기만 하면 재산을 날리고 건강을 해쳐 패가망신한다(樂酒無厭爲之亡, 「孟子」 梁惠王 下편)고 하였으며, 우임금은 맛 있는 술을 마셔보고 맛있게 여겨 ‘후세에는 반드시 술로 나라를 멸망시키는 자가 생길 것이다’고 말하고 술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술에 취해 초청받은 것도 잊고 남의 술을 마시면서(긱타주喫他酒) 남에게 술잔을 권하는 것은 아홉가지 어리석음에 속한다<喫他酒 勸他人爲九愚,「明心寶鑑」立敎편>하고, 「장자(莊子)」는 술을 마시게 하여 취한 뒤의 그 위엄을 갖추지 못하고 흐트러지는 징조가 나타나면 어리석음을 알아 볼수가 있다<醉之以酒而觀其側 雜之以處而觀其色 九徵至 不肖人得矣,「莊子」列禦寇篇>고 하였다.
「선악소기경」에 의하면 술을 과하게 마시면 재물이 흩어지고 잦은 병치례와 뜻대로 되는 일이 적어 사업이 풀리지 않고 근심걱정이 늘어나며 실없는 말이 늘고 성냄이 늘어나서 싸움이 일어나 살해할 의도가 성해진다고 하였다. 지금 향긋한 술과 연한 고기 안주로써 향응하는데 몸을 낮추고 말을 완곡하게 하여 대접하면서 함께 즐기다가 술잔에 술을 따르는 사이에 다투게 되면 드디어 싸움이 벌어져 서로 다치게 되며 삼족(三族)이 원한을 맺게 되어 도리어 미워하게 되니 이는 술이 재앙이 된다.
낮술에 취하면 횡설수설하여 애비도 몰라본다는 속담처럼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 부모를 욕되게하고 근심걱정을 하고 친한 벗이 멀어지고 나쁜 이와 가까워지고 이웃사람이 좋아하지 않고 일가 친척도 싫어한다. 또한 미친짓이 늘고 음욕에 빠져 몸과 마음이 혼미해져 나쁜길에서 방황한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 주도(酒道)가 작금에 와서는 폭탄주<맥주가 가득찬 유리잔에 양주를 작은 잔에 채워 넣음, 미국식 폭탄주는 맥주잔에 위스키잔을 풍덩넣고 벌컥벌컥 들어마시는 것을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라 함>니 낮술이니 사발주니 하며 원샷을 외치며 잔은 차야 제맛이라는 주당(酒黨)들이 2, 3차 자리를 옮겨 가면서 술판을 벌리는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해 주도(酒道)가 무너졌다. 폭탄주 문화를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널리 퍼뜨린 사람은 박희태(76) 전 국회의장이 1980년대 초 강원도 춘천지검장 시절 군장성과 지역 기관장 모임때 폭탄주를 선보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