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붕이는 용담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구슬봉이라고도 합니다. 양지바른 풀밭에 자랍니다. 크기가 작고 꽃 색깔도 확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후가 되면 꽃잎이 오므라져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덤가나 제방 등 키 작은 풀들이 있는 곳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앙증스러운 꽃입니다.
줄기는 밑에서 여러 대가 모여 나며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집니다. 높이는 5~10cm입니다. 뿌리에서 난 잎은 2~3쌍으로 달걀형의 마름모꼴이며, 가장자리가 두껍고 끝이 -벼나 보리의 낟알 겉껍질에 붙어 있는- 까끄라기처럼 뾰족합니다. 줄기에서 마주 나는 잎은 달걀꼴로 끝이 뾰족하며 밑부분이 합쳐져 줄기를 감쌉니다. 뿌리에서 난 잎이 줄기에서 난 잎보다 큽니다.
5~6월에 가지 끝에 종 모양의 연한 자주색 꽃이 위를 향해 핍니다. 꽃잎은 5갈래로 갈라져 밖으로 젖혀집니다. 그러나 종 모양인 화관의 갈래 사이에 작은 갈래가 있어 꽃잎이 10갈래인 것처럼 보입니다.
비슷한 것으로 큰구슬붕이가 있습니다. 큰구슬붕이는 구슬붕이와 달리 뿌리에서 난 잎이 줄기에서 난 잎보다 작고 옆으로 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줄기에서 난 잎은 진한 녹색으로 가장자리가 두껍고 흰테두리를 두른 것 같이 보이며 뒷면이 적자색입니다.
구슬붕이는 가을에 꽃이 피는 용담과도 비슷합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 '오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