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깨덩굴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산의 숲 속에서 자랍니다. 볕이 드는 곳은 물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꿀풀과(科) 식물의 특징대로 줄기는 네모지고 높이는 15~30cm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심장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집니다.
5~6월에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보라색 꽃이 층층으로 피는데 모두 한쪽 방향을 향합니다. 화관의 아래쪽 꽃잎 중 가운데 갈래 조각이 특히 크고, 다시 얕게 갈라진 조각에는 짙은 자주색 점이 있으며 긴 흰색 털이 나 있습니다. 꽃이 진 다음 줄기는 덩굴처럼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려 번식합니다.
보라색에 붉은 기운이 도는 붉은벌깨덩굴과 흰색 꽃의 흰벌깨덩굴도 있습니다.
향기가 좋고 꿀이 많아 벌이 많이 찾고, 잎사귀가 깻잎을 닮았으며, 줄기가 옆으로 비스듬히 뻗기 때문에 벌깨덩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산을 오르던 5, 60대 부인들이 키가 큰 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었습니다. 그 중 조금 젊어 보이는 한 사람이 땅을 내려다보며 서성이다 일행을 향해 말했습니다.
"이 꽃 좀 봐요. 색깔도 곱고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무얼 보고 그러는지 궁금하여 지나가다 슬며시 훔쳐보았습니다. 벌깨덩굴이었습니다. 이름을 말해 줄까 하다가 감동을 깨뜨릴 것 같아 그냥 지나갔습니다.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 보지 못했네.
목욕하면서 노래하지 않고 미운 사람을 생각했었네.
좋아 죽겠는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았네.
나오면서 친구의 신발을 챙겨 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 정채봉. ' 오늘 내가 나를 슬프게 한 일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