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가래꽃은 중부지방 이남의 논둑이나 개울가 등 습지에서 자라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귀하지는 않지만 줄기와 꽃이 작기 때문에 못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줄기는 가늘고 연약하며, 전체에 털이 없습니다. 땅바닥을 기면서 옆으로 뻗어가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마디에서 갈라진 가지는 3~15cm 높이로 곧게 섭니다. 잎은 줄기 양쪽에 2줄로 어긋나게 달리며 가늘고 끝이 뾰족합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는 없습니다.
꽃은 6~9월에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는데 흰색 또는 붉은 빛이 약간 도는 흰색입니다. 꽃자루는 긴 편입니다. 꽃잎은 5갈래로 깊이 갈라지는데, 갈라진 조각은 가늘고 끝이 뾰족하며, 한쪽으로 치우쳐 좌우 대칭이 됩니다.
수염가래꽃에는 해독 성분이 있어 독사에 물리거나 벌에 쏘였을 때 줄기와 잎을 문질러서 바르면 곧 낫는다고 합니다. 상처나 종양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반변연(半邊蓮)이라고 부르며, 뿌리를 호흡 곤란․천식․백일해 등에 약재로 씁니다.
아이들이 종이로 수염을 만들어 코 밑에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수염처럼 갈라졌다는 뜻으로 수염가래꽃이라고 합니다.
수염가래꽃과 꽃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숫잔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숫잔대는 수염가래꽃에 비해 줄기가 곧게 서고, 꽃이 훨씬 큰데다 여러 송이가 모여 피며, 꽃 색깔도 푸른 빛이 도는 보라색이므로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너는 내게 아름다운 길로 가자 했다
너와 함께 간 그 길에 / 꽃이 피고 단풍 들고
길옆으로 영롱한 음표들을 / 던지며 개울물이 흘렀지만
겨울이 되자 그 길도 걸음을 / 뗄 수 없는 빙판으로 변했다
너는 내게 끝없이 넓은 벌판을 보여달라 했다
네 손을 잡고 찾아간 들에는 온갖 / 풀들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 몸 구석구석은 / 푸른 물감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빗줄기가 몰아치자 /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 내가 넘어질 때 너도 따라 쓰러졌고
나와 함게 있었기 때문에 / 세찬 바람 불어올 때마다
너도 그 바람에 꼼짝 못하고 / 시달려야 했다
밤새 눈이 내리고 날이 밝아도 / 눈보라 그치지 않는 아침
너와 함께 눈 쌓인 언덕을 오른다 / 빙판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며 함께 꽃잎 같은 / 발자국을 눈 위에 찍으며
넘어야 할 고개 앞에 서서 / 다시 네 손을 잡는다
쓰러지지 않으며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눈보라 진눈깨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도종환. '아름다운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