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채는 붓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이 아름다워 화단이나 공원에 많이 심어 기릅니다. 예전에는 산 가장자리의 풀밭이나 길가 혹은 바닷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자생지를 좀처럼 볼 수 없습니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짧게 뻗고, 줄기는 곧게 서며 윗부분에서 가지를 냅니다. 높이는 50~120cm 정도입니다. 칼 모양의 잎은 두 줄로 나란히 포개져서 올라와 부챗살처럼 배열되며, 흰빛이 약간 도는 녹색입니다.
7~8월에 2~3개로 갈라진 가지 끝에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 꽃이 2~3개씩 핍니다. 화피는 6장이고, 좁고 긴 타원형이며, 안쪽에 붉은 반점이 많습니다. 수술은 3개이고, 암술대는 끝이 3갈래로 갈라집니다.
잎이 부챗살 모양이며 꽃잎의 무늬가 범의 무늬를 닮았다고 하여 범부채라고 합니다. 꽃 모양과 무늬가 나비와 같다 하여 호접화라고도 하고, 편죽란, 사간화, 호선초라고도 부릅니다. 영어로는 까만 열매를 가진 백합처럼 예쁜 꽃이라는 뜻으로 블랙베리릴리(Blackberry-lily), 혹은 꽃이 표범 무늬를 닮았다고 하여 레오파드 풀라워(Leopard Flower)라고 합니다.
뿌리줄기를 캐어 햇볕에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사간이라고 하는데 해열․해독․소염 작용이 있어 주로 염증 치료제로 이용됩니다.
꽃은 빛깔입니다. 색색의 켜이기도 하구요. 내일을 얻기 위한 것(씨앗)이어서 저리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은 그 나무의 성기, 라고 표현한 시인이 있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꽃은 움직일 수 없는 제자리를 고수하며 설혹 그 자리가 매연의 악취 속이라 하더라도 향기 내놓기를 거절하지 않습니다. 순응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대결이지요.
꽃은 허례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용하였을 뿐이에요. 한 떨기 꽃이 피어나기 위하여 저 아래 뿌리에서부터 저 위 잎새까지 눈물겨운 투쟁이 있지 않은가요? 차라리 꽃은 승리의 깃발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꽃은 아무리 작아도 빈자리를 넉넉히 채워 줍니다. 텅 빈 공간에 작은 동백꽃 한 송이가 들어 있으면 그 공간은 동백꽃의 터가 되고 맙니다. 꽃의 비유가 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 아니할 수가 없겠습니다.
-정채봉. '꽃의 이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