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입니다. 원산지는 서부 아시아 혹은 남동부 유럽이며, 주요 과수의 하나로 세계 각지에서 널리 재배하고 있습니다. 자르지 않고 두면 10m까지 자라지만 대부분 키를 낮게 하여 재배하고 있습니다.
어린가지는 자주빛을 띱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4~5월에 가지 끝 잎겨드랑이에 꽃이 달립니다. 꽃봉오리는 붉은색이고, 꽃은 흰색이지만 피기 시작할 때에는 연한 붉은빛이 돕니다. 사과나무는 잎눈과 꽃눈이 함께 있어 꽃이 피는 시기와 잎이 피는 시기가 거의 같습니다. 하나의 꽃눈에서 보통 5개의 꽃이 나오는데 가운데의 것이 가장 먼저 피고 다음에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핍니다. 열매는 8~9월에 익으며, 많은 재배종이 있습니다.
사과는 재배 역사가 4000년 이상 된 과수로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좋아하던 과일이었고, 그 후 유럽 각지에 전파되었습니다. 그리고 17세기에 유럽에서 개량된 사과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 더욱 개량되어 지금은 미국의 주요 농산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과는 유럽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에 사과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따먹은 선과 악을 아는 나무의 열매가 사과라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근거가 없습니다. 라틴어로 사과와 악(惡)이라는 단어가 비슷하여 선과 악을 아는 나무의 열매가 사과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파리스의 사과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지 못한 데 앙심을 품고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고 적힌 황금 사과 하나를 던집니다. 이 사과를 두고 헤라와 아테나와 아프르디테가 서로 자기가 주인이라고 다툽니다. 그러다 제우스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자 난처해진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판단을 하게 합니다.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 줍니다. 그렇게 해서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나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지만 이것이 트로이 전쟁의 빌미가 되어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고 맙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분쟁의 불씨를 '파리스의 사과'라고 합니다.
그밖에 자기 아들의 머리에 얹힌 사과를 맞추는 활의 명수 윌리엄 텔의 이야기도 있고, 뉴톤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쉘 실버스타인. 美. 1932~)에 등장하는 나무도 사과나무입니다.
동양에서는 중국에서 능금이라고 하여 1세기경에 재배한 기록이 있으며, 이것이 대체로 삼국시대쯤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까지 능금이 주요한 과일로 재배되어 오다 1900년대 초 사과나무가 들어오면서부터 차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사과나무와 능금나무는 서로 비슷하여 구분이 어렵지만 능금나무는 꽃받침의 밑 부분이 혹처럼 두드러지는 것이 사과나무와 크게 다릅니다. 그리고 능금은 사과에 비해 신맛이 강하고 물기가 많으며 크기도 작습니다.
아주 가끔은 / 사과나무 아래 서 있고 싶다.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이 /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사과나무밭.
태양이 눈부신 날이어도 좋고 / 눈 내리는 그 저녁이어도 좋으리
아주 가끔은 그렇게 / 사과나무 아래 서 있고 싶다.
내가 아직 어린 소년이어도 좋고 / 사과나무처럼 늙은 뒤라도 좋으리
가끔은 그렇게 / 사과나무 아래 서 있고 싶다.
-류시화. '사과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