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는 감나무과의 낙엽 교목으로 동아시아 온대의 특산 과수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널리 재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이남에 분포합니다.
높이는 14m 정도이고, 나무껍질은 흑회색으로 비늘 모양으로 갈라지며, 작은 가지에는 갈색 털이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꽃은 양성 또는 단성으로 5~6월에 잎겨드랑이에 달리는데 황백색으로 종 모양이며,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집니다. 수꽃은 크기가 암꽃의 사분의 일 정도로 작고 꽃가루를 나누어주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감이 열리지 않습니다. 열매는 10월에 황홍색으로 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감나무가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조율이시(棗栗梨柿, 대추. 밤, 배. 감)"라 하여 제사 때 감을 사용해 온 것을 보면 오래 전부터 널리 재배해 온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토박이 과수로 봅니다.
감나무는 씨를 뿌려 묘목을 만들면 열매가 크게 퇴화하기 때문에 접목을 하는데 대목으로는 주로 고욤나무가 쓰입니다. 또 감나무는 해거리를 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감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주기도 합니다.
감은 떫은 감과 단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단감은 추위에 약하여 겨울이 비교적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재배됩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품종이 개량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중부 지방에서도 단감이 재배됩니다. 단감은 나무에서 따서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떫은 감은 바로 먹지 못하고 따뜻한 소금물에 담그어 떫은 맛을 우려내거나, 홍시가 된 다음, 아니면 껍질을 벗긴 다음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감의 떫은 맛은 탄닌이라고 하는 물질 때문인데 섬유질을 단단하고 강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방부제나 옷의 염색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감즙으로 물들인 제주도의 갈옷은 특히 유명합니다. 그리고 감잎에는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차(茶)를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과거엔 감나무를 주로 집 근처나 산기슭에 심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고 고향의 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감나무만큼은 제자리에 남아 옛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해줍니다.
감나무는 단풍이 참 곱습니다. 붉지도 노랗지도 않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풍이 들면서부터 낙엽이 되기까지 다양한 가을 색을 보여줍니다. 잎이 두꺼워서인지 감나무 잎은 단풍이 들면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가지에 감들만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모습은 가을의 풍성함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그리고 감을 따고 난 후 앙상한 가지 꼭대기에 까치밥으로 남겨 둔 감 몇 개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모습은 여전히 정겨운 고향의 겨울 풍경입니다.
햇볕이 다둑다둑 재였다.
바람이 한들한들 머물었다.
비가 황홀하게 내렸다.
마침내 감나무에 감꽃이 피었다.
감꽃은 푸른 하늘 아래 먼데서
벌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햇볕 다습고 바람 또한 맛있는 아침이었다.
감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나무의 소리를 들었다.
"떠날 길을 준비하거라."
감꽃의 얼굴이 노오래졌다.
"제가 왜 떠나야 하는가요?"
저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나무가 말했다.
"네가 왔기 때문이지.
오지 않았다면 떠날 일도 없을 텐데
왔기 때문에 떠나야 하는 것이다."
"떠남은 고통스러운데요?"
"고통스러울 때 떠나는 것은 열매를 남긴다.
그러나 괴롭지 않을 때 떠나는 것은
온 값조차도 못하는 걸음이다."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나무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오지 않은 것만도 못한 걸음도 있다."
"어떤 걸음인데요?"
"미움을 주고 떠나는 것이지."
감꽃이 송이째 뚝 떨어졌다.
감꽃이 진 자리에 아기감이 들어서고 있었다.
-정채봉. '이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