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石榴)나무는 석류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으로 원산지는 서아시아 곧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입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여 중부 이남에서 주로 관상용으로 심습니다.
높이는 5~8m이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입니다. 어린가지는 네모지고, 짧은 가지는 끝이 가시로 변합니다.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1~5씩 달리는데 양성화입니다. 꽃받침은 육질로 통 모양이고, 6개로 갈라지며, 붉은빛이 돕니다. 꽃잎은 6장으로 기왓장처럼 포개지며 주홍색입니다. 열매는 둥글고, 끝에 꽃받침조각이 붙어 있으며, 9~10월에 황갈색으로 익습니다. 열매가 다 익으면 불규칙하게 갈라지는데 안에 많은 씨가 들어 있습니다.
석류의 씨는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그냥 먹거나 청량음료의 재료로 사용하며, 열매와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열매 껍질을 약재로 쓰는데 설사와 이질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나무껍질이나 뿌리는 구충제로 쓰입니다.
중국에 석류나무가 전해진 것은 기원전 2세기입니다. 이후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인해 널리 퍼졌고 많은 시가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송나라의 왕안석은 석류꽃을 보고 '온통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핀 붉은 꽃 한 송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의 색깔은 굳이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네(萬綠叢中紅一點 動人春色不須多)'라고 노래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남성들 속의 한 여인을 일컫는 '홍일점'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석류가 고려자기의 문양으로 쓰인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고려 초 이전에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석류는 안에 많은 씨가 들어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다산(多産)을 상징하였습니다. 그래서 옛 여인들의 옷과 물건에 석류 문양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귀부인들의 예복인 당의, 혼례복인 활옷이나 원삼, 골무, 안방 가구 등에 석류 문양이 자주 사용되었으며 부인들은 꼭지에 석류 꽃송이 모양을 새긴 석류잠(石榴簪)을 꽂기도 했습니다. 또 민화에도 자주 석류가 소재로 사용되었는데 이 역시 많은 자손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구약성에도 석류가 자주 등장합니다. 모세가 가나안 사람들을 정탐하라고 보낸 사람들이 포도 한 송이와 함께 가져온 것이 석류와 무화과였습니다.(민수 13,23) 사제의 예복 겉옷 가장자리에는 석류 모양으로 술을 만들어 달았으며(출애 28,34), 솔로몬 왕궁의 기둥 장식에도 석류 모형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1열왕 7,18-20) 그밖에 아가(6,11), 요엘서(1,12), 하깨서(2,19)에도 석류나무 혹은 석류가 등장합니다.
석류는 성화(聖畵)에도 가끔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15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성모자((聖母子)와 여섯 천사들'이 유명한데 이 그림에는 성모님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의 손에 석류가 쥐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을 '석류의 성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그림에서 아기 예수님이 쥐고 있는 석류는 수난을 예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석류의 단단한 껍질이 쪼개져 붉은 씨앗이 드러나듯이 예수께서 장차 고난을 겪으시고 피를 흘리시어 인류를 구원하시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