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입니다. 중부지방 이남의 산과 들에 자라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가지가 넓게 퍼지고, 높이는 3~8m 정도입니다. 잎자루는 가지에 어긋나게 붙는데 큰 잎자루에서 한 번 더 갈라지며, 작은잎이 나란히 달려 새의 깃털 모양을 이룹니다. 이런 형태의 잎을 2회 깃꼴겹잎(羽狀複葉)이라고 합니다. 짝수로 이루어진 작은잎은 비대칭으로 긴 타원형입니다. 밤이 되면 마주 난 잎이 서로 포개져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습니다.
6~7월에 15~20개의 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모여 달리는데 꽃잎은 퇴화되고 꽃술만 남아 마치 분홍색 술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듯합니다. 수꽃과 암꽃이 함께 달리는데 기다란 20~30개의 화려한 분홍색 술같은 것이 수꽃의 수술이고 암꽃은 좀 작습니다. 열매는 콩 꼬투리처럼 납작하고 긴 협과(莢果)입니다.
자귀나무는 꽃이 특이할 뿐 아니라 잎 역시 독특하여 처음 본 사람은 서양의 나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오래도록 이 땅에서 살아온 토종 우리 나무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자는 데 귀신같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잠을 잡니다. 비슷한 모양의 미모사는 건드리거나 자극을 주면 잎이 닫히지만 자귀나무는 밤이 되어야 잎이 닫힙니다. 그러니까 정말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것은 낮에 광합성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잎을 닫아 수분 증발을 막고 자연적인 재해나 초식동물들의 공격을 대비하여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귀나무의 작은잎들은, 흔히 아카시아라고 잘못 부르는 아까시나무처럼 끝 부분에 하나가 남지 않고, 양쪽이 똑같은 짝수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펼쳐져 있던 양쪽의 작은잎들이 서로 붙어 잠을 자기 때문에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라고 불렀고, 부부의 금실을 기원하는 뜻으로 정원에 많이 심었습니다. 다 익은 열매가 바람에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여자들의 수다 소리처럼 시끄럽다고 하여 여설수(女舌樹)라고도 하고, 어떤 지방에서는 소가 잎을 잘 먹는다고 하여 소쌀나무라고도 합니다.
옛 부인들은 자귀나무 꽃잎을 따서 말려두었다가 밖에서 돌아온 남편의 기분이 언짢아 보이면 술잔에 이 꽃잎을 띄워 권하기도 했는데 이 술을 마시면 금새 마음이 풀렸다고 합니다. 또 말린 꽃잎을 부부의 화합을 기원하며 베개 속에 넣기도 했습니다.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합환피라 하여 늑막염 타박상 신경쇠약 불면증 등에 처방하였고, 민간에서는 잎을 태워 골절 치료에 사용하였습니다.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고 단단하지 않아 목재로서 큰 가치는 없으며 간단한 가구를 만들거나 조각재로 이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