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덩굴은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 흔하게 자라는 인동과의 낙엽 덩굴나무입니다.
줄기는 길게 자라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가며 길이는 약 5m입니다. 어린 가지는 털이 많고 속이 비어 있습니다.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꽃은 6~7월에 잎겨드랑이에 2개씩 달리는데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차츰 노란색으로 변하며 향기가 납니다. 꽃부리(화관)는 입술 모양이며 길이는 3~4cm입니다. 윗입술의 끝은 4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아랫입술은 가를고 길며 뒤로 말립니다.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입니다. 둥근 열매는 가을에 검게 익어 조수의 먹이가 됩니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인동, 꽃을 금은화라고 하는데 해열, 해독의 효능이 있어 종기와 치질 등의 치료에 씁니다. 그리고 향이 좋아 꽃으로 차나 술을 만들기도 합니다.
추운 지방에서는 겨울에 잎이 떨어지지만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는 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겨울을 참고 이긴다고 하여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는 혹독했던 정치 겨울 동안 강인한 덩굴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동덩굴은 풀이 아니라 나무이기 때문에 인동초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입니다.
인동덩굴은 금은화로 많이 불렸는데 꽃이 필 때는 흰색이지만 며칠 지나면 노랗게 되어 한 나무에 흰 꽃과 노란 꽃이 나란히 달리기 때문입니다. 금은화라는 이름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치성을 드리고 배태에 좋다는 약재를 다 써보았지만 소식이 없다가 마침내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쌍둥이 딸을 낳았습니다. 부부는 큰딸을 금화 작은딸을 은화라고 불렀습니다. 자매는 우애가 깊어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혼기가 차 사방에서 혼담이 들어왔지만 둘은 서로 헤어질 수 없다며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언니 금화가 돌림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동생 은화가 정성을 다해 간호했지만 낫지 않았고 오히려 은화 역시 같은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두 자매는 "우리가 죽어 약초가 되어 우리처럼 병들어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구하자"고 약속하고 함께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듬해 자매의 무덤에서 한 줄기 덩굴이 자라나 여름이 되자 흰 꽃과 노란 꽃이 함께 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꽃을 금화와 은화의 꽃이라고 하여 금은화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덩굴은 자매의 약속대로 열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재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동덩굴은 금은화 외에도 꽃의 수술이 할아버지의 수염과 같다고 하여 노옹수, 활짝 핀 꽃 모습이 해오라기 같다고 하여 노사등, 꿀이 있어 밀보등 등으로 불립니다. 또 귀신을 다스린다고 하여 통령초 혹은 벽사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인동덩굴이 다른 물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러니까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는 특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옛 사람들은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는 것이 귀신을 옭아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영어로는 꽃 모양이 트럼펫 같다고 하여 트럼펫-플라워(trumpet flower), 혹은 꿀이 풍부하다고 하여 허니써클(honeysuckle)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덩굴식물이 비꼬이어 뻗어나가는 모양의 무늬를 당초무늬(唐草紋)라고 하는데 이런 무늬에 쓰이는 대표적인 소재가 인동덩굴입니다. 고구려 강서대묘의 천장 굄돌과 진파리 1호 고분 벽화, 신라 천마총의 천마도 등에 인동무늬가 들어 있으며 백제 무령왕의 관식(冠飾), 통일신라와 발해의 기와에도 인동의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인동무늬는 널리 쓰였으며 연꽃 무늬와 함께 불교 미술에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당초무늬는 원래 고대 이집트의 로터스(수련) 무늬에서 유래되었으며 그리스, 인도를 거쳐 중국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