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먼저 일어나 밝은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며, 잠꾸러기를 깨우는 기상 나팔을 떠오르게 하는 씩씩한 꽃이 있습니다. 나팔꽃입니다.
꽃은 메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인도가 원산지라고 합니다. 관상용으로 심지만 길가나 빈터에 야생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덩굴식물이라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으며 올라가는데 항상 왼쪽으로 감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둥근 심장 모양이며 끝이 3개로 갈라집니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나팔 모양의 꽃이 1~3송이씩 달리는데 색깔은 푸른 자주색, 붉은 자주색, 흰색, 붉은색 등입니다. 열매는 3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둥근 꽃받침 안에 있으며 각 방에는 2개의 씨가 들어 있습니다.
나팔꽃과 거의 비슷하지만 잎이 심장형인 나팔꽃을 둥근잎나팔꽃이라고 합니다. 둥근잎나팔꽃은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이라고 합니다. 꽃은 7~10월에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4~8개의 꽃이 달립니다. 1920년대에 원예용으로 재배되던 것이 퍼져나가 지금은 나팔꽃보다 더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의 것은 둥근잎나팔꽃입니다.)
나팔꽃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듯 합니다. 언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처음에는 중국식 명칭을 따라서 '견우화(牽牛花)'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나팔꽃 씨를 견우자라 하여 약재로 많이 씁니다.
나팔꽃은 아주 이른 새벽에 피기 시작하여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영어로 '아침의 영광(morning glory)'으로 불립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꽃말도 '기쁨' 혹은 '덧없는 사랑'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꽃들이 슬픈 전설을 지녔듯이 나팔꽃 역시 슬픈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날 중국에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사는 화공이 있었습니다. 못된 원님이 화공의 아내를 탐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화공의 아내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화공은 밤낮으로 감옥에 갇힌 아내만 생각하다가 어느 날 그림 한 장을 그려 아내가 갇힌 감옥 밑에 파묻고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 후 감옥에 있는 아내의 꿈에 매일 남편이 나타나곤 하였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어느 날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거기에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성벽을 타고 올라와 꽃을 피운 나팔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