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을 통틀어 백합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백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우아한 자태와 순백의 깨끗함, 짙은 향기 등이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백합을 곁에 두고 잠을 자면 죽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향기가 진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은 꽃에 관심이 많지만 과거에는 꽃보다는 먹을 수 있거나 약으로 쓸 수 있는 부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백합도 먹을 수 있고 약으로도 쓰이는 뿌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백합(百合)이라는 이름도 약 백여 개의 비늘(인편)이 하나의 뿌리(구근)를 이루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설로는 일종의 정신병인 백합병(百合病)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백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백합을 나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나리라고 하면 야생화를, 백합이라고 하면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합은 전세계적으로 130여 종이 분포하는데 특히 동아시아에는 종류뿐 아니라 꽃도 아름다운 것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10여종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백합은 예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끊임없이 품종을 개량하여 육성된 품종수가 4천 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꽃은 나팔 모양이며 주로 옆을 향해 피고 꽃잎이 깁니다. 그러나 하늘을 향해 피는 것도 있습니다. 꽃 색깔도 흰색이 많지만 분홍색, 흰색과 붉은 색이 섞인 것, 점이 있는 것 등 매우 다양합니다. 꽃은 보통 6~7월에 핍니다. 그러나 온실에서 온도를 조절하여 일 년 내내 꽃이 피게 할 수 있습니다.
백합은 옛부터 순결, 무구(無垢), 선을 상징하였습니다. 르네상스의 성화에는 성모 마리아 곁에 백합이 그려진 것이 많습니다. 백합은 현재 신부의 부케, 꽃꽂이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부활 백합(Easter lily)이라고 하여 특히 부활절에 많이 이용됩니다.
서양 전설에 의하면 흰 백합은 하와의 눈물에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에덴 낙원에서 쫓겨난 하와가 에덴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나날을 보냈는데 어느 날 눈물이 땅에 떨어져 흰 백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붉은 백합은 예수께서 "들의 백합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 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마태 6, 28)고 하시며 가리키신 바로 그 백합이 붉은 꽃으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마친 다음 죽음을 눈앞에 두신 예수께서 게쎄마니에서 근심과 번민에 싸여 기도하실 때 모든 꽃들이 예수님의 고통이 애처로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합은 자기의 아름다움으로 예수님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혼자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자 백합은 다른 꽃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백합은 자기의 교만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하여 붉은 백합이 생기고 옆을 보고 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