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노루귀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주로 산의 숲속에서 자라며 높이는 10cm 내외로 아주 작습니다.
노루귀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핍니다. 3~4월 꽃대 여러 개가 올라와 꽃대 위에 꽃이 하나씩 피는데 꽃대에는 하얀 솜털이 빽빽이 나 있습니다. 꽃은 흰색, 분홍색, 연한 자주색, 보라색 등입니다. 노루귀는 꽃잎이 없으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라고 합니다. 꽃받침은 6~11장이고 꽃 아래에는 잎처럼 생긴 포가 3장 달립니다.
꽃이 시들 때쯤 뿌리에서 노루의 귀처럼 생긴 잎이 나와 잎사귀를 활짝 펼치는데, 크게 3개로 갈라진 모양이고 약간 두터운 질감입니다. 갈라진 잎은 달걀 모양이며 끝이 뭉툭합니다.
잎이 깔때기 모양으로 말려서 나온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노루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속명 헤파티카(Hepatica)는 간장(肝腸)이라는 뜻으로 3개로 갈라진 잎 모양이 간장을 닮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막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응달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는 이른 봄이라 꽃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일찍 핀 꽃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발밑을 이리저리 살피며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 옆 가파른 비탈에 작은 꽃 몇 송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헤집고 올라와 꽃을 피운 것은 야생화 책에서 본 노루귀였습니다. 마침 꽃이 햇빛에 반짝여 알아볼 수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가냘픈 꽃대 위에 핀 흰색과 분홍색의 노루귀 꽃을 처음 대하면서, 사람이 공들여 가꾼 그 어떤 꽃보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야생화가 훨씬 더 생명력이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남쪽에서는 벌써 노루귀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머잖아 이곳에도 노루귀가 꽃을 피울 것입니다. 올해는 언제쯤 노루귀 꽃을 볼 수 있을지 기다려집니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