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괭이밥은 괭이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조금 깊은 산의 숲 속에서 자랍니다.
잎은 뿌리에서 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작은잎 3장으로 이루어진 겹잎입니다. 작은잎은 삼각형으로 잎 끝이 자른 듯 하고 가운데가 조금 오목합니다. 밤이나 햇빛이 강할 때는 잎을 접고, 신맛이 납니다.
잎이 나기 전 뿌리에서 꽃줄기가 먼저 나며, 4~5월에 꽃줄기 끝에 흰색 꽃이 1개씩 옆을 향해 핍니다. 꽃 밑에 포(꽃턱잎)가 있고, 5갈래로 갈라지는 꽃받침에는 털이 있습니다. 꽃잎은 5장이며 흰색 바탕에 자주색 줄이 있습니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입니다.
이곳은 꽃이 피기에는 좀 이르지만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앉은부채와 복수초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산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산 위에는 아직 눈이 수북히 쌓여 있고, 갑자기 내려간 기온으로 나무엔 눈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산 아래에 비가 올 때 산 위에는 눈이 온 모양입니다.
그러나 산 중턱 양지쪽에는 이미 따사로운 봄기운이 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눈을 크게 뜨고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만에 눈 위로 살짝 파란 잎을 조금 드러낸 복수초를 찾아냈습니다. 눈을 헤쳐 보았습니다. 가녀린 잎이 갑작스런 눈에 움츠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곁에 여러 개의 복수초가 눈 속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꽃망울이 맺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꽃이 피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오후가 되자 산 아래의 눈은 이미 다 녹았고 길은 질퍽질퍽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꽃을 보러 갔다가 정작 꽃은 보지 못하고 눈꽃만 실컷 보고 왔지만 그래도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 주쯤이면 아마도 봄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면 벌써 3월입니다.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