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색은 현호색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이나 숲 속에 자랍니다. 땅속의 덩이줄기에서 나온 줄기는 10~20cm 정도 자라는데 물기가 많아 잘 부러집니다. 잎은 줄기에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1~2회 3개씩 갈라집니다. 갈래 조각은 거꾸로 된 달걀 모양이고 윗부분이 깊게 또는 -들쑥날쑥한- 결각형으로 갈라집니다.
꽃은 4월에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는- 총상꽃차례로 피는데 꽃 모양이 독특합니다. 옆으로 길쭉한 꽃은 한쪽 끝이 여인의 벌어진 입술처럼 위아래로 갈라져 있고, 약간 들려 있는 반대쪽 끝은 가늘게 되어 뭉툭하게 오므라져 있습니다. 현호색 종류를 총칭하는 속명 코리달리스(Coridalis)는 종달새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꽃 모양이 종달새 머리의 깃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꽃 색깔은 연보라색, 보랏빛이 도는 하늘색, 분홍색에 가까운 보라색 등 토양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현호색은 주로 잎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잎이 대나무 잎과 같이 가늘고 길쭉한 것은 댓잎현호색, 잎이 빗살처럼 깊게 갈라진 것은 빗살현호색, 잎이 잘게 갈라져 있으면 애기현호색, 잎의 크기가 서로 다르게 갈라져 있으면 그냥 현호색, 셋으로 갈라져 있으면 왜현호색으로 부릅니다. 그밖에 잎에 흰 점이 가득 박혀 있는 점현호색과 포(꽃턱잎)의 모양이 갈퀴처럼 갈라진 갈퀴현호색 등이 있습니다.
현호색은 이른 봄 싹을 틔우고 곧바로 꽃을 피워 한 달 가량 살다가 열매를 맺습니다. 그리고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춥니다. 그러므로 이른 봄 서둘러 산을 찾는 부지런한 사람이라야 만날 수 있습니다.
봄이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폭설이 내렸습니다. 하루 종일 내린 눈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수북히 쌓였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폭설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옴짝달싹 못하여 차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밤새 고생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비닐하우스, 축사, 인삼밭의 햇볕 가리개 등이 무너져 농가의 피해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수해에다 구제역과 조류 독감 파동, 자유 무역 협정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이 또 어려움을 겪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고개를 내밀고 기지개를 켜던 부지런한 야생화들도 무거운 눈에 덮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눈이 쌓였다 하더라도 야생화들은 견디어 낼 것이고, 눈이 녹기 시작하면 다시 고개를 들고 자라날 것입니다. 가냘픈 현호색도 싹을 틔우고 자라나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입니다. 이들처럼, 농민들을 비롯하여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이들도 새봄과 함께 다시 씩씩하게 일어섰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