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괴불주머니는 현호색과의 두해살이풀입니다. 산에서 흔히 자라는데 깊은 숲 속보다는 햇볕이 조금 드는 숲 가장자리의 습한 곳을 좋아합니다. 높이는 30~50cm 정도입니다.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가 갈라지고 속이 비어 있어 잘 부러집니다. 줄기에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새의 날개 모양으로 갈라지며 작은 잎은 다시 깃털 모양으로 갈라집니다. 마지막 갈래조각은 가늘고 긴 타원형입니다.
3~6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연노란색 꽃이 모여 핍니다. 꽃잎은 기다란 원통형으로 한쪽이 입술 모양으로 벌어지고, 다른 한쪽은 뭉툭하게 막혀 튀어나와 있는데 약간 구부러져 있습니다. 입술처럼 벌어진 부분 안에는 수술이 자리 잡고 있고, 가늘게 튀어나온 부분에는 꿀이 들어 있는데 이 부분을 거(距)라고 합니다. 기다란 열매는 씨가 들어 있는 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염주와 비슷합니다.
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열매의 잘록한 모양, 혹은 꽃의 툭 튀어나온 거(距)의 모양 때문이 아닌가 짐작할 뿐입니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중 산괴불주머니와 가장 비슷한 것은 눈괴불주머니입니다. 눈괴불주머니는 줄기가 각이 지고 잎 가장자리가 밋밋한 것이 특징이며 무엇보다 꽃이 피는 시기가 산괴불주머니와 다릅니다. 산괴불주머니는 봄에 피고 눈괴불주머니는 산괴불주머니가 질 무렵인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그밖에 괴불주머니류로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염주괴불주머니, 꽃이 자주색인 자주괴불주머니 등이 있습니다. 봄에 꽃이 피며 꽃 색깔이 거의 흰색에 가까운 미색인 것을 그냥 괴불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한 괴불주머니류와 꽃 모양이 아주 비슷한 것으로 같은 속(屬)에 속하는 현호색 종류가 있습니다. 현호색 종류는 괴불주머니류에 비해 키가 작고 결정적으로 땅속에 덩이줄기가 달리는 것이 괴불주머니류와 다릅니다.
"봄눈 녹듯 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이 언제 다 녹을까 했는데 이틀 간의 따뜻한 햇볕과 포근한 바람에 대부분의 눈이 녹고 음지에만 좀 남아 있습니다. 봄이면 날아오는 불청객 황사도 찾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눈이 녹은 양지쪽을 살펴 보니 어느새 파릇파릇한 풀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봄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연은 어김없이 순리를 따릅니다. 그러나 유독 사람만은 순리를 거스리곤 합니다. 사람의 일이 답답한 것은 아마도 순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연으로부터 순리를 곧 창조주의 뜻을 따르는 겸손함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