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는 산 속의 나무들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산수유와 꽃이 비슷하여 가끔 생강나무를 산수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숲 속에서 보았다면 십중팔구 생강나무입니다. 왜냐하면 산수유는 누가 심어야 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마을 근처에 자라기 때문입니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흔히 -키가 작고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관목처럼 자랍니다. 주로 산의 계곡 부근에서 자라며 암수딴그루입니다. 3월에 앙상한 가지에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가지에 바싹 붙어 동그랗게 모여 핍니다. 잎은 꽃이 지고 나서 가지에 어긋나게 나는데 달걀 모양의 원형으로 윗부분이 3~5개로 얕게 갈라지며 3개의 맥이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9월쯤 맺기 시작하는 둥근 열매는 처음에는 노란색이었다가 차차 빨갛게 변하고 다 익으면 검은색이 됩니다.
생강나무는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잎이나 어린 가지를 잘라 비비면 생강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생강처럼 톡 쏘지는 않고 은은하면서도 산뜻하여 향기롭습니다. 생강나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실제로 생강이 귀하던 시절에는 생강나무의 어린 가지와 잎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향료로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차나무가 없는 북쪽에서는 생강나무의 잎이 참새 혓바닥만 할 때 따 말렸다가 차로 하기도 했는데 이를 작설(雀舌)차 라고 했습니다.
생강나무의 씨앗으로는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처럼 여인들의 머릿기름으로 썼습니다. 질이 좋아 양반집 부인들이 즐겨 사용하였다고 하며, 등잔 기름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강원도와 중부 이북의 지역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를 대신한다고 하여 산동백, 동백, 동박나무 라고 부릅니다.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는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입니다. 그리고 정선 아리랑의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 주게. 싸리골 올동박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의 올동박이 또한 생강나무입니다.
한방에서는 생강나무를 '황매목(黃梅木)'이라고 하여 약재로 씁니다. 아마 매화처럼 일찍 노란 꽃이 피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눈에 확 뜨이지는 않지만 가만히 살펴 보면 꽃, 잎, 열매, 노란 단풍 등 사시사철 아름답고 향기로우며 쓰임새도 참 많은 생강나무입니다. 3월의 성인 요셉이 바로 생강나무를 닮은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