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완두는 산기슭이나 들의 풀밭에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콩과에 속하며 유럽 원산입니다. 새완두와 살갈퀴의 중간쯤 되는 모습이어서 얼치기완두라고 합니다.
덩굴성이며 가느다란 줄기는 30~60cm 길이로 벋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거의 없으며 작은잎 3~6쌍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입니다. 작은잎은 선 모양의 긴 타원형이며 끝의 것은 덩굴손이 되는데 새완두와는 달리 덩굴손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4~6월에 잎겨드랑이의 꽃차례에 길이 5mm 정도의 아주 작은 연한 홍자색 꽃이 핍니다.
천지에 파랗게 풀잎들이 솟아
무슨 간절한 할말이라도 있는 듯
조용한 아우성을 지른다
네, 네, 네, 야단스러이
일제히 소리하며 일어나고
올망졸망 머리를 맞대고
환호를 치며 솟아오른다
아,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들은 시끄러운 말을 피하고
오직 바람 속에서 햇빛 속에서
몸을 통째로 내맡기고 있나니
파란 것이 어떻게
빛나는 것과 연결될 수 있는지
그것은 어릴 때부터 느껴온 수수께끼였어라
그리하여 그들은 드디어
바람에 흐르고
햇빛에 젖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해내면서도
그것을 다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묵묵한 가운데 치르는구나
-박재삼. ‘풀잎의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