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는 중국 원산의 낙엽 큰키나무입니다. 은행나무과에 속하는데 세계적으로 은행나무과에는 오직 은행나무 1종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은행나무는 피붙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2억 5천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터를 잡기 시작하여 혹독한 빙하시대를 거치면서도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고 살아남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립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나 유교를 따라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수명이 길어 천연기념물 혹은 노거수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나무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높이는 20~60m입니다. 잎은 3~5장씩 모여나고 부채꼴이며 두껍습니다. 잎 가운데가 2개 혹은 여러 개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입니다. 즉 암꽃이 피는 암나무와 수꽃이 피는 수나무가 따로 있습니다. 꽃은 4~5월에 짧은 가지에 잎과 함께 핍니다. 수꽃은 길이 3~4cm의 꼬리모양꽃차례에 1~5개씩 달리고 연한 황록색이며 수술만 있습니다. 암꽃은 가지마다 6~7개씩 모여 달리고 녹색이며 끝에 2개의 밑씨가 있지만 대개 1개만 열매가 됩니다. 꽃자루는 2cm 정도입니다.
열매는 둥글고 황갈색으로 익으며 말랑말랑한 바깥 껍질에서는 악취가 납니다. 바깥 껍질을 벗기면 하얀 열매가 나오는데 겉모양이 살구 비슷하지만 은빛이 난다고 하여 은행(銀杏)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껍질 속에 있는 씨를 먹습니다.
은행나무 잎에는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이를 추출하여 혈액 순환 개선제를 만듭니다.
중국에서는, 할아버지가 심고 손자가 열매를 따먹는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 부르기도 하고,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글을 읽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하여 행단(杏亶)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잎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합니다. 영어로는 은행이라는 이름과 같이 열매가 은빛을 띤다고 하여 \'실버 어프리코트(Silver apricot)’ 또는 가을에 노랗게 물든 잎이 처녀의 금발과 같다고 하여 ‘메이든 헤어 트리(Maiden hair tree)’ 라고도 합니다.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엽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곽재구. ‘은행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