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습지에 자라는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흔히 논에 재배하는데 미나리를 심어 가꾸는 논을 미나리꽝이라고 하지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합니다.
줄기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퍼지고 마디에서 뿌리를 내려 번식합니다. 높이는 20~60cm이며 전체에 털이 없고 향기가 있습니다. 잎은 1~2번 갈라지는 깃꼴겹잎입니다.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고, 줄기의 잎은 어긋나며 위로 올라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집니다. 작은잎은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 또는 잎과 마주 난 꽃대에 겹산형꽃차례로 피며 흰색입니다. 산형꽃차례란 꽃대 끝에서 많은 꽃자루가 방사상으로 나와 그 끝에 꽃이 하나씩 피는 꽃차례를 말하며 산형꽃차례가 여러 개 모여 이루어진 꽃차례를 겹산형꽃차례라고 합니다. 작은 꽃차례에는 10~25개의 꽃이 달립니다. 꽃잎은 5장이며 끝이 안으로 구부러집니다.
줄기와 잎을 나물로 먹거나 다른 요리에 넣어서 먹습니다. 강장과 해열 해독 혈압강하 등의 효과가 있어 약재로 쓰기도 합니다.
미나리를 재배하는 곳을 미나리밭이나 미나리논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미나리꽝이라고 한다. 물이 괸 웅덩이 같은 곳을 일러 '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이름만큼이나 채소로서 미나리의 향기와 맛은 아주 독특하다. 물때를 벗고 시장에 나온 싱싱한 미나리 줄기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그냥 사각사각 소리가 날 것 같다.
바야흐로 미나리의 철이다. 김장 김치의 소를 버무릴 때, 복이나 아귀 같은 생선탕을 끓일 때 미나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자신만의 향을 뽐낸다. 미나리는 날이 좀 추워져서 우리가 어깨를 움츠릴 때쯤 오히려 전성기를 맞는 것이다. 나는 무친 홍어회를 먹을 때 입안에 씹히는 생미나리의 연한 맛을 좋아하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춘 미나리무침도 좋아하고, 또 그것을 김밥을 말 때 넣으면 오이나 시금치에서 맛볼 수 없는 향취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옛날에는 미나리 속에 거머리가 아주 많았다. 미나리를 다듬거나 데치다가 거머리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우리 여인네들은 미나리가 담긴 물에다 놋숟가락을 넣어 두거나 십원 짜리 동전을 두어 개 빠뜨려두는 슬기를 발휘하였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미나리 대궁 속에 숨어 있던 거머리가 거짓말처럼 밖으로 기어 나왔던 것이다.
요즈음 시장에 나오는 미나리에는 거머리가 거의 없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농약 때문이다. 거머리는 물방개, 소금쟁이, 논우렁이, 미꾸리, 벼메뚜기들과 함께 논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마을 부근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던 미나리꽝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거머리도 미나리꽝도 이제 얼마 안 가서 추억 속의 흑백 사진으로만 남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아직 전주 근교에는 미나리꽝이 꽤 많이 남아 있다. 미나리꽝을 지나칠 때 나는 때로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삭막한 한겨울 들판에 미나리꽝만이 한 폭의 푸른 깃발처럼 살아서 펄럭인다고 생각해 보라. 그래서 이맘때면 나는 미나리꽝을 지나가다가 미나리를 채취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서서 지켜보곤 한다. 그것은 사시사철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겨드랑이까지 올라오는 고무 장화를 신고 물 속에 몸을 담근 채 미나리를 채취하는 모습은 참으로 엄숙하게 보인다. 작업의 속도는 느리고도 진지하다. 물 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린 미나리를 뽑아 끌어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미나리꽝에서 고된 작업을 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겨울 미나리 채취장에서 미나리꽝이 쿵쾅쿵쾅 발동기를 돌리는 소리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어머니는 겨울이면 페트병을 잘라 거기에다 미나리를 기르신다. 미나리 뿌리를 버리지 않고 가지런히 물에 담가 두기만 하면 거기서 연두색 싹이 돋아난다. 그 싹이 두어 뼘 크기까지 자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방 창틀에 놓여 있는 페트병의 미나리를 보며 우리 집에도 작은 미나리꽝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미나리의 푸른 숨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이 겨울을 견뎌내야겠다.
-안도현. '겨울 미나리꽝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