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는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낙엽 교목으로 콩과에 속합니다.
높이는 15~25m이고 턱잎(托葉)이 변한 가시가 있습니다. 나무껍질은 황갈색이며 세로로 갈라집니다. 잎은 어긋나고, 작은잎 7~19장으로 된 홀수 깃꼴 겹잎입니다. 작은잎은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5~6월에 잎겨드랑에서 나와 아래로 늘어진 총상꽃차례에 길이 1.5~2cm의 흰색 꽃이 모여 피는데 향기가 강하고 꿀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콩과 식물은 거의 꽃 모양이 비슷합니다. 이런 모양을 도감과 사전에서는 나비 모양이라고 표현합니다. 열매는 길고 납작한 꼬투리 곧 협과입니다.
아까시나무를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카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아카시아(acacia)는 열대지방에 자라는 나무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며 학명(pseudoacacia)이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입니다.
'동구 밖 과수원 길 /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 들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박화목)
아까시나무 하면 곧 떠오르는 동요입니다. 이처럼 아까시나무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친숙한 나무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습니다. 아까시나무가 도입된 것은 1900년 초이며 일제시대 때 소나무를 베어내어 산사태가 우려되는 땅에 심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콩과 식물이라 생명력이 강해 황폐한 땅에도 쉽게 뿌리를 내리고, 잘라도 곧 새눈이 나오기 때문에 땔감으로도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입니다. 해방 후에도 땔감이 부족하여 한동안 식수를 권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가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방해하고 아무 데나 뿌리를 내려 땅을 버린다고 하여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햇빛을 좋아하여 산소 곁 공터에도 침범하고 뿌리가 묘소까지 파고들어 미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밉다고 나무를 베어내면 줄기가 죽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가지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합니다. 즉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가지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살림이 궁하고 유아 사망률이 높던 시절 아이를 많이 낳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시 역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합니다. 어린 가지의 잎은 영양가가 많고 맛도 있어 산짐승이 탐내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시로 무장한다는 것입니다.
아까시나무는 자르면 곁가지를 많이 만들어내지만 자르지 않으면 곁가지 없이 쭉 뻗어 올라가며 큽니다. 그리고 척박한 땅에서는 쉽게 뿌리를 내리고 생장이 빠르지만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미 다른 나무가 우거진 곳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빨리 자라는 나무답지 않게 목질이 단단하고 색깔이 좋아 원산지에서는 마차 바퀴로 쓰였고 지금은 고급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까시나무 꽃은 향기도 좋지만 꿀을 많이 갖고 있어 특히 양봉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꿀 생산의 약 70%가 아까시나무 꽃에서 딴 것이라고 하니 양봉을 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하지요.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아까시나무 꽃이 시원찮아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울상을 지었는데 올해에는 꽃이 만개하고 꽃이 한창인 때엔 날이 화창하여 꿀을 많이 따고 오래 꽃 향기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이 있는 / 너의 모습이 좋아라
눈물 흐르는 / 너희 향기가 아파라
호젓한 아카시아 길 / 홀로 걸으며
주렁주렁 늘어진 / 나의 슬픔들
온 산을 덮으며 타오르는데 / 잠시 바람에도 흐느끼는 향기
내 마음 그 어디를 찾아 흐르나
슬픔이 있는 / 너의 모습이 좋아라
눈물 감추는 / 너의 향기가 아파라
-서정윤. '아카시아 길'-
